나쁜 짓을 한 소녀

허아른 괴담록

by 허아른


초등학교 때, 그 시절 나는 유난히 말썽쟁이였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혼나는 게 일상이었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선생님이 앞으로 불러냈을 정도다. 물론 혼이 났다고는 해도 무슨 체벌을 당했거나, 몹쓸 모욕을 당했거나 한 건 아니다. 그저 아침에 앞에 끌려 나가서 가볍게 한차례 훈계를 들은 것뿐.


대부분은, 학교 밖에서 벌인 자잘한 나쁜 짓 때문이었다.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렸다든가, 핫도그를 걸으면서 먹었다든가, 편의점에서 계산도 하지 않고 사탕을 뜯어먹었다든가, 골목에서 하수구에 오줌을 누었다든가, 남의 집 개를 발로 걷어찼다든가. 그런 것들.


어찌 되었든 모두 학교 밖에서 벌인 말썽이었다. 학교에서는 굉장히 얌전한 축에 들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내가 불려 나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내가 그럴 줄은 몰랐다는 듯이. 처음엔 정말로 네가 그랬냐고 묻는 아이들도 있었고, 선생님에게 항의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되자, 아이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한심해했다고나 할까. 가까운 친구들은 그때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참 지치지도 않고 나쁜 짓을 하는구나. 어쩜 그렇게 매일 걸릴 수가 있지? ...하고.


하지만 거기엔 나름 사정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르는.


당시 우리 집은 아주 오래된 주택가였다. 그 왜, 아주 집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언덕길, 차로는 들어갈 수 없는 그런 동네.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지나며 계단도 몇 번씩 올라가야 하는 그런 동네. 우리 반에서, 아니 아마도 우리 학교에서 그 동네에 사는 건 나뿐이었다.


...아이들 중에는.


아이들로 한정하지 않으면,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은 우리 학교에 두 명 있었다. 그게 나와, 담임 선생님이었다. 나의 하굣길과 선생님의 퇴근길은 같은 길이었다. 그것만으로 우리에겐 관계가 생겼다. 아니, 그 시절에 그 동네에 산다는 사실만큼, 관계를 강렬하게 이어주는 매개도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 나와 선생님에게는 유대가 있었다.


하지만 하굣길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애초에 그러기엔 좁은 길이니까.


집에 가는 길. 그 풍경은 매일이 같았다. 나는 구불구불한 미로 속을 익숙하게 걸어가고, 선생님은 건물 하나만큼 뒤에 떨어져서 걸어왔다. 마치 숨어서 미행이라도 하듯이, 건물 뒤에 숨는 시늉을 하면서. 어디까지나 시늉이었기 때문에 나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선생님이 바로 뒤 골목에 숨어서 따라오고 있다는 걸.


...선생님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미 눈치채고 있다는 걸. 언제나 그랬다는 걸. 하지만 선생님은 그 미행하는 시늉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알아채지 못한 척, 모른 척했다. 그것이 우리의 유대였고, 신뢰였다.


집에 가는 길, 한 번도 돌아본 적은 없지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니, 보지 않아도 눈에 보였다고나 할까. 신이 나서, 기대에 차서, 얼굴이 빨개진 채 뜨거운 숨을 뱉어내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말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 그때의 선생님 모습을 돌이켜보면, 꼭 산책 나온 강아지 같았다.


하굣길은 길었다. 그런 동네였으니까. 골목을 굽이굽이 돌다가, 내가 뭔가 나쁜 짓을 했을 때, 선생님은 기뻐했다. 마치 포상을 받은 강아지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생각도 못한 간식을 얻어먹은 것처럼. 하지만 반대로 내가 끝끝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 버리면, 선생님은 크게 실망해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계단을 터덜터덜 걸어 올라갔다. 심지어 그다음 날이 되어서도 하루 종일 시무룩한 얼굴로 수업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했다.


우리에겐 유대가 있었다. 나는 조숙했다. 어쩌면 나는 선생님에게 풋내 나는 첫사랑의 감정을 가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깨를 늘어뜨린 선생님이 가여워서, 그것이 어쩐지 슬퍼서. 나는 매일매일 하굣길에 작은 나쁜 짓을 하나씩 했다. 사람들이 저녁이 되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것과,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별로 다르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 이어진 관계가 이상하다는 건, 이제 알고 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알지만, 그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 그 골목길도, 언덕 위의 옛집도 이제는 사라졌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걸어 다닐 일도 이젠 없다. 하굣길도, 학교도 모두 추억일 뿐이다.


그런데도 왜일까.


왜 여전히 선생님은 날 따라오고 있는 걸까. 저렇게 기대에 찬 얼굴로 저렇게 히죽히죽거리면서.


그렇다. 강아지와는 다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역시 버릇을 잘못 들였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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