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by 허아른



룸메이트를 구했다. 혼자 살기엔 집이 좀 컸으니까. 아는 사람에게 권하거나 구인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깔끔한 사람이었으면 해서 여기저기에 소개를 부탁했다.


많이들 협조해 주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꽤 오래 걸렸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도 막상 만나보면 어딘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눈에 보였고, 그런 만남이 쌓이다 보니 오히려 점점 눈이 높아졌달까. 어느샌가 난, 완벽한 룸메이트를 원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집을 구하는 데 쓴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나는 내 마음에 드는 룸메이트를 만날 수 있었다. 첫인상부터 완벽했다. 아주 곱게 빗은 검은색 머리. 허리께까지 오는데도 깨끗하게 찰랑거렸다. 옷차림도 어디 하나 어긋난 부분이 없었다. 게다가 함께 살아보니 매사에 정말 깔끔한 사람이었다. 보고 있으면, 나 좀 지저분하지 않나?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 만큼.


그래서 좋았다.


...처음엔.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르다는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점점 그녀의 태도에서 어떤 균열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깔끔함은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병. 결벽증과도 다른, 어떤 심각한 병.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깨끗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거나 더럽혀진 것을 보면 심하게 짜증을 냈다. 화를 못 이겨서 소리를 질러댈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고, 걱정했고, 내가 치우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계속되다 보니, 나도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제일 힘든 건 그녀가 욕실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욕실에만 들어가면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냄새가 난다면서 말이다. 아주 지독한 냄새가.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그 냄새라는 건 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욕실의 냄새에 대해 심하게 불평했다. 불평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미친 듯이 욕실을 청소해 대고, 락스를 뿌리고, 환풍기도 무슨 비싼 고급 환풍기로 바꾸는 등 정말 별별 짓을 다 했다. 그녀가 냄새의 원인을 찾아내겠답시고 바닥을 뜯어내거나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그런 태도에 대한 불만과 별개로, 나는 그녀가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내심 기대하게 되었다. 그녀가 욕실에서 소리를 질러댈 때마다 내심 고소해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 깔끔 떠는 성격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욕실에 씻으러 들어가야 하는 여자. 그런 여자가 가장 증오하는 곳이 바로 그 욕실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재미있는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저 미친 여자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수시로 처리해야 하는 게 곤욕이었던 터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하수구에 버리기 시작했다. 욕실 하수구에. 음식물 쓰레기야 하수구를 타고 떠내려갈 뿐이지만, 어쩌면 조금은 냄새가 남을지도 모른다. 내 코에는 안 느껴질 정도로 미미한 냄새가.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처음 쓰레기를 버린 날 이후로, 욕실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비명소리는 점점 더 크고 길어졌다. 나는 그 비명 소리를 들으며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했다. 언젠가부터 그녀가 욕실에서 지르는 비명은 내게 가장 편안함을 주는 소리가 되었다. 내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아름다운 날들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아쉽게도 그녀는 결국 이 집을 떠났다. 그녀가 떠나기 전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 욕실에서 그녀는 최고의 비명을 질렀다. 아주 오랫동안. 그러더니 결국에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도 한참 동안 나오지 않기에 슬슬 걱정이 되었다. 냄새를 못 견뎌서 자살이라도 했으면 어떻게 하지. 냄새를 없애려고 염산이라도 붓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초조해져서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욕실 안에서, 정말 이상한 장면을 보고 말았다. 흰옷을 입은 긴 머리의 여자가 벽을 본 채로 공중에 떠 있는 장면을. 공중에 뜬 채로 훌쩍훌쩍 울고 있는 장면을.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매달려 있었다. 환풍기에. 머리카락이 환풍기에 빨려 들어가 엉켜 있었다. 그 긴 머리가 밧줄처럼, 그녀를 벽에 매달아 놓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금세 눈치챘다. 아마도 냄새를 견디지 못해서 환풍기에 코를 대고 숨을 쉬려다가 머리카락이 빨려 들어간 모양이었다.


계속 매달려 있게 둬도 재미있기야 하겠지만, 나도 욕실을 써야 한다. 그래서 주방에 가서, 가위를 가져왔다.


싹둑싹둑


굵은 가위로 길고 예쁜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나서야, 그녀는 땅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 후로 그녀는 이 집을 떠났지만, 나는 지금도 때때로 그녀를 추억한다. 그녀가 떠나기 전날 저녁의 일을 기억하며 히죽거리고는 한다. 늦은 저녁, 그 추억이 떠오를 때면 냉장고에서 맥주캔을 꺼내고, 그녀가 두고 간 머리카락을 안주삼아 바라본다. 그럴 때면 기분 탓인지, 욕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욕실 천장은 꽤 높다. 그날 그녀는 어떻게 환풍기가 있는 곳까지 올라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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