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까만 밤, 길고 좁은 길에서 나는 그 여자를 보았다.
그 여자는 가로등 아래에서 노란 불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온몸을 부드러운 검은 벨벳옷이 감싸고 있었고, 검은 베일로 얼굴을 가린 것처럼 보였다. 살짝 비치는 붉은 입술이 미소짓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것이 사람인줄도 몰랐을 것이다.
내 시선이 그녀를 눈치챈 순간, 여자는 돌아서서 앞쪽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러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어깨 너머로 내 쪽을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가로등빛이 벨벳에 부딪혀, 달무리처럼 신비한 빛을 내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시선을 마주한 후, 여자는 다시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나갔다. 신비하게도, 계속 걷는 것에 비하면 좀처럼 그렇게 멀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걷다가 또, 여자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아주 조금씩만 앞으로 걸어나가길 반복했다. 마치 내가 따라와주길 바라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선 안된다거나 하는 상식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여자는 계속 걷고 있었다.가로등 불빛은 계속 그녀의 벨벳에 반사되었다. 꽤 멀리까지 갔지만, 불빛은 계속 그녀를 따라가고 있었다. 멀어질수록, 불빛은 더 길어졌다.
끝에 미끼를 달고 팽팽하게 당긴 낚싯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