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내가 살아온 흔적

by 따뜻한 말 한마디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특정한 사건 때문에 잠시 웃고 있거나 울고 있는 표정이 아니라, 피부 아래에서 풍기는 분위기.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해준다.


구김살. 사람의 인상을 표현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구김살은 더 굳어가고, 얼굴빛에 깊게 스민다.


몇 년 전, 대학 친구를 만나러 수원 광교에 간 적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백화점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백화점 안 카페에 앉았을 때였다.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는데, 특히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온 팀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얼굴빛은 충격적이었다.
웃고 있어서 밝아 보인 것이 아니라, 얼굴 자체가 맑게 빛났다.
내가 살아오면서 본 적 없는 화사함.

그 순간 나는 한동안 말없이 그 얼굴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 이게 바로 구김살이 없다는 것이구나.’
저 사람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저렇게 밝은 얼굴을 하고 있을까.


그때 떠오른 건 우리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내가 자라면서 봐왔던 어른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웃음 대신 굳은 표정, 시간과 고난이 남긴 흔적. 그것이 내가 아는 구김살이었다.


퇴사를 하기 전, 나는 도쿄에 갔다 왔다.
정처 없이 걷다 들어선 히비야 공원에서, 놀러 온 가족들을 마주쳤다.
그곳에서도 수원에서 봤던 것과 같은 얼굴들을 다시 보았다.
그들 역시 삶에서 힘든 일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우리 어머니가 맞닥뜨린 고난보다는 덜했을 거라 짐작했다.

더 이상 웃을 힘도 없어 얼굴 자체가 굳어버린 우리와는 달랐다. 그 차이를 보며 씁쓸함이 밀려왔다.


요즘 나는 거울 속 내 얼굴을 자주 본다.
어느새 내 얼굴에도 구김살이 스며들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괜찮냐”라고 물을 정도로 표정이 굳어가고 있다.
부모님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는데, 내 얼굴에서 그늘을 발견할 때면 원망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렇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믿고 싶다.
구김살의 틀이 완전히 굳어버리기 전에, 무너뜨리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고난을 딛고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단단하면서도 밝은 얼굴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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