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알람 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눈은 겨우 떠지지만, 신경안정제의 영향인지 8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
다음 알람이 울릴 때까지 천장을 멍하니 응시한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예측하다가, 다시 알람이 울리면 침대를 정리하고 샤워를 한다.
이건 내 인생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고 싶어 시작한 아침 루틴이다.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날 골라둔 옷을 입고,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때운다.
그리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하지만 브레이크는 풀지 않는다.
5분 동안 창밖을 본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용기를 짜낸다.
왜 나는 용기를 짜내야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으로 브레이크를 풀고 회사로 향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사무실 대신 흡연장으로 향한다.
아직 그 안으로 들어갈 마음 상태가 아니다.
습관처럼 담배를 물고, 질척이는 마음으로 연기를 내뱉는다.
그리고 천천히 사무실로 향한다.
사무실은 깔끔하다.
파티션으로 나뉜 자리마다 각자의 공간이 보장되어 있다.
나보다 먼저 온 이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이메일을 읽고, 하루의 업무를 정리한다.
누가 봐도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일 것이다.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대부분은 살아가기 위해 하루를 시작하지만
나는 언제 죽어도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객사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사람.
정신질환자.
공황장애, 우울증, ADHD, 적응 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이 다섯 가지는 지금 내가 가진 정신질환이다.
혹시 이 문장을 읽고 두렵다고 느꼈는가?
그럴 필요는 없다.
나는 남을 해치지 않는다.
내 삶 하나 유지하기도 벅차니까.
정신적인 고통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덮쳐왔다.
사실, 예전부터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 증상이 겉으로 드러난 시점이 지금일 뿐.
스물일곱.
나는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지금의 도시로 왔다.
고향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터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들어간 곳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좋은 회사’.
오늘도 그 ‘좋은’ 회사에 출근해서
대기업 직원의 탈을 쓴 채 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그 탈 안의 나는,
하루의 시작은 ‘용기’로,
업무 시간은 ‘공황 증상에 대한 공포’로 버틴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 삶에 대한 의욕도, 미련도 서서히 사라진다.
나는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솔직히 말해,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살아온 삶은 절대 쉬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버텨왔고, 살아왔고,
남들이 보기엔 ‘부러울 만한’ 이력을 만들었다.
그런 내가,
왜 지금 이렇게 마음이 무너진 채 살아야 하나.
생각해 보면
아마 어릴 때부터 어딘가 어긋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어긋남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도 이유 없는 고통에 빠져 있다.
내 어두운 과거를 외면하고 싶지만,
이젠 침착하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찾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