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폭발의 흔적

by 따뜻한 말 한마디

새로 옮긴 부서에서의 하루는 여전히 낯설다.

사무실에 들어와 일을 시작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들 앞에서 자주 멈칫하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죄송합니다”를 되뇌며, 옆자리 선배에게 묻고 실수를 고친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이 과정이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아마도 극한의 스트레스에 다시는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는 인사팀의 배려겠지.
나 역시 그 뜻을 알고 있기에, 불만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
이제는 안다.
‘회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을 위한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지난해 가을,
팀장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나를 무너뜨렸다.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회사 기물을 파손했고,
심리상담실은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길로 나는 몇 달간의 휴직에 들어갔다.


나는 내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기획부터 거래선 관리, 잡무까지 모두 내 손을 거쳤다.
하지만 팀장은 내 말을 듣기보단,
다른 부서의 사람 말을 더 믿었다.


그 한 마디는
내가 붙잡고 있던 인간에 대한 마지막 믿음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그리고...
참고 있던 내 정신세계는 그날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그 일 이후,
나는 누구에게도 업무를 인수인계하지 못한 채
조직의 동의 아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게 되었다.


휴직은 ‘쉼’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월급은 반 토막이 났고,
공황 증상과 충동 행동(acting out)에 대한 두려움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약물 치료는 새로 시작되었고,
그 부작용은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몰고 갔다.


외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나날.
그 와중에 내가 쌓아온 인간관계들도 하나둘 끊어졌다.
사람들은 어느새, 나를 잊었다.

격렬한 연쇄 폭발 이후,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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