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우리 아버지는 매일같이 나를 낡은 차에 태워 학교 앞까지 데려다줬다.
어린 마음에,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자랑스럽고 기뻤다.
어느 날도 그랬다.
학교 앞에서 친구들을 만나 인사하고, 그보다 조금 늦게 교실에 들어섰는데,
아이들이 나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야, 너네 아빠 차 똥차라며?”
조금 전까지 웃으며 인사했던 친구들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그 순간,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었다.
무언가 얼얼했다.
친구라고 믿었던 아이들이 내 가족을 조롱하고 있었다.
배신감이라는 감정을, 나는 그날 처음 배웠다.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버지에게도 전해졌다.
돈은 없어도 자존심 하나는 컸던 사람이었다.
조용히 넘길 리가 없었다.
아마 아버지도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자신은 그저 아들을 챙긴 것뿐인데, 조롱의 대상이 되다니.
아버지는 며칠 후 고급 세단을 집에 가져왔다.
당시 ‘부잣집 도련님’들이나 타는, 번쩍이는 새 차였다.
나는 그 차에 타며, ‘우리도 이제 부자구나’라고 생각했다.
기능을 만지작거리며 들떴던 그날을 기억한다.
그즈음부터 어딘가, 무엇인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새 사업 아이템을 들고 여러 곳을 돌아다녔고,
전셋집도 더 비싼 동네로 옮겼다.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아버지는 ‘더 높은 곳’만을 바라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봄.
아버지는 돌연 사라졌다.
어머니와 친척들은 ‘해외 출장을 1년 가신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아버지를 믿었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진실은,
아버지가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는 것이었다.
가족에게 작별 인사 한 마디 남기지 못한 채.
그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아이가 되었다.
이제 어른이 되어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다시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까?
사기라는 죄를 지을 만큼 무모한 사람이었을까?
내가 친구들의 놀림에 속상해 어머니께 말했고,
그 이야기가 전해져 아버지의 자존심에 흠집을 냈다.
그 자존심이 무너진 뒤,
그가 무리하게 벌인 행동들이 결국 죄가 되어 돌아온 건 아닐까.
나 때문은 아닐까.
아버지의 무너짐에, 내 작은 말 한마디가
작은 불씨가 되진 않았을까.
그 생각을, 나는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