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끄러미 바라보다

by 이선남

토요일 오후였다. 다른 때 같으면 삼례에 있을 시간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꼭 일 년쯤 되었을 때였다. 엄마가 먼저 떠났고, 그로부터 삼 년 뒤 아버지도 떠났다.


생전에 아버지는 월요일이면 전화를 했다.

“언제 와?”

“아부지, 네 밤 자고 갈게요.”

“어.”

몇 시간 뒤면 전화가 다시 왔다. 금요일 밤 내가 도착할 때까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출발했다는 말을 하면, 아버지는 현관 앞 의자에 앉아 큰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길로 자식이 왔다.


남편이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개동이 밥만 주고 바로 출근한다.”

개동이는 보호소에서 내가 다시 데려온 개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남편이 밥을 주고 출근했다. 그 일이 남편 몫이 된 지 오래였다. 삼례는 전주에서 50분 거리였다. 나는 따라나섰다. 가지 않으면 더 신경이 쓰일 것 같아서였다. 차에 오르자마자 남편이 말했다.

“오늘은 사료만 주고 온다.”

“삼례마트 들러요. 북어 사서 죽 끓여 주고 오게.”

“나 오늘 저녁 출근이야.”

“금방 다녀오면 되잖아요.”

“또 시작이다.”

“시작은 당신이 했어요.”

나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남편은 한숨을 쉬고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삼례 집에 도착하자 남편은 삽을 들고 개동이집 울타리로 갔다. 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냄비에 물과 북어를 넣고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긴 주걱이 보이지 않았다. 싱크대를 뒤지다 맨 위 칸을 열었다.

검은 뚜껑의 제로 콜라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손이 닿지 않는 자리에, 아버지가 올려두었을 높이였다.

“아버지도 참.”

나는 한동안 그 병을 꺼내지 못했다. 다른 서랍을 몇 번 더 열었다 닫았다. 그동안은 사소한 말에도 목소리가 먼저 올라갔다. 아무 일도 없는데 피곤했고, 해야 할 일만 겨우 해냈다. 그런데 그 병 하나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채였다.

나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그대로 두고 싶었다. 그 자리에 아버지가 아직 다녀가지 않은 것 같아서였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가 어딘가에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쪽을 향해 그리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현관문이 열리고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은 익숙하게 서랍에서 주걱을 꺼내 죽을 저었다.

“여기 와서 울고만 갈 거면 뭐 하러 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만 아버지 없냐. 나도 없다.”

냄비에서 끓는 소리만 남았다.

한참 뒤에야 숨이 고르게 돌아왔다. 손등으로 눈을 훔치고, 죽을 한 번 더 저었다.


삼례는 그대로 있었다. 바뀐 것은 없고, 없는 것만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삼례에 갔다. 주말이 아니어도, 평일에도 더 크게 울기 위해서였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