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나오는 집

by 이선남

“어젯밤에 이장댁 누나한테 전화 왔어.”

이른 아침,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삼례 집에서 빨간 불빛이 나온다고 했다. 밤마다 창문 안쪽에서 번지는 빛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삼례 집은 2년째 비어 있었다. 평일에는 남편이 개동이 밥을 주러 다녀가고 나는 일요일에만 갔다. 그동안 집 안에서 불빛을 본 적은 없었다. 남편도 아무것도 켜 두지 않았다고 했다.


며칠 뒤, 이번에는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남아, 너네 집 강아지 있지?”

“식빵이?”

“그 강아지가 우리 아버지 신발을 자꾸 물어 가나 봐.”

식빵이는 울타리 안에서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도 신발을 물어 갔다고 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었다. 신발장 위에 올려둔 것까지 사라졌다고 했다.

“미안해. 내가 주말에 아부지 찾아뵐게.”


그날 저녁 남편이 삼례 집에 다녀왔다. 식빵이가 없다고 했다. 울타리에는 구멍도 없고, 넘어갈 만한 틈도 없었다. 남편은 그 뒤로도 몇 번이나 갔지만 번번이 놓쳤다.

“식빵이가 몸이 어찌나 빠른지 못 잡았다잉.”


일요일, 나는 혼자 삼례 집에 갔다. 동창네에 운동화 값과 빵을 두고 나왔다. 괜히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식빵아, 이식빵.”

불러도 식빵이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풀이 먼저 보였다. 허리까지 자라 있었다. 엄마가 살 때는 늘 손이 닿아 있던 자리였다. 두 해를 비워 둔 사이, 마늘밭은 풀에 묻히고 울타리는 기울어 있었다. 비를 맞은 집 외벽에는 물때가 흘러내려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다. 묵은 냄새가 올라왔다. 습기가 벽과 바닥에 눌어붙어 있었다. 창문을 열어도 환해지지 않았다.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집은 빛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엄마가 없어진 집은 그렇게 늙어 가고 있었다.

싱크대 모서리에 남은 칼자국, 장판 위에 찍힌 의자 다리 자국. 나는 그 자국들을 하나씩 지나 개죽을 끓였다. 죽을 식히려고 돌계단에 앉자 이끼가 손끝에 묻어났다.

“어휴.”

숨이 길게 빠져나왔다.


“삼남이냐?”

윗집 아주머니가 울타리 너머로 나를 불렀다.

“어그저께 밤에 너 왔다 갔냐?”

“아니요.”

“그려? 저 꺼먼 차 있던디.”

“아, 코로나로 며칠 와 있었어요.”

“잉, 너지? 근디 자꾸 울지 마러라잉.”

아주머니는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바람 같기도 하고, 짐승 같기도 한 소리였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그 소리는 아마 내 울음이었을 것이다.

“네. 이제는 울지 말아야죠.”

돌아서는데, 울타리 안에서 개들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개동이와 완근이, 그리고 식빵이가 있었다.

“야, 이식빵. 너 어디 갔다 왔어.”

식빵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처박고 죽을 먹었다. 집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문득 집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이제 왔냐고 묻는 얼굴 같았다. 나는 오 남매 카카오톡 창에 글을 남겼다.

“식빵이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죽 끓여서 주려니까 와 있네.”

“호호호, 진짜?”

“그나저나 빨간 불은 뭐였어?”

“엄니 전자시계. 숫자가 빨간색이라 창문으로 비친 거여.”

“어마, 호호호, 진짜?”

잠깐 웃음이 오갔다. 내가 주춤거리다 말을 꺼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삼례 집으로 들어가서 사는 건 어때?”

“주말에 개밥 준다고 가서도 통곡하면서, 거기 들어가서 산다고?”

“일단 철학관에서 알아보고 결정해. 전에 알아봤을 때 안 좋다고 했어.”

“누나가 들어가서 살면 좋지. 힘들 때 한 번씩 들러서 쉬고 오면 좋겠다.”

“언니, 형부한테는 말했어?”


오랜만에 오 남매 대화창에 여러 말들이 오갔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휴대폰을 내려놓고, 집 쪽을 바라봤다. 이제 가끔 들르는 집이 아닌 살아야 할 집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이 결정에 남편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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