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머무른 숙소가 산속에 있었던 탓에, 그리 피곤하지 않았던 컨디션 덕에 반짝이는 별을 기대하며 잠들지 않고 기다렸다. 한 시간쯤 되는 그 기다림이 서너 시간이 된다고 해도 기꺼이 감내해 볼 만큼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무수했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그 별들 아래 내겐 그저 감탄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누나를 조심히 깨우고 손을 이끌어 나왔다. 누나는 아낌없이 좋아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두고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사람과 여행함이 행복하다. 별이 주는 감동에, 고맙다는 말이 주는 고양감에 가득 참을 느끼며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
아침엔 잔뜩 흐리고 비가 왔다. 얼른 우의를 꺼내 입고서 길을 걷는데 시야가 심히 나빴다. 날이 조금 밝을 때까지만 쉬어가자며 카페에 들렀다.
알베르게도 함께 운영하는 카페인 듯했다. 주인장은 바삐 몸을 움직였다. 심술난 날씨덕에 우연찮게 들어선 그곳의 공간이 주는 느낌이 퍽 마음에 들었다. 누나는 진짜 산장 같은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다.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을 어찌 표현할 수 있나 고민해 보는데, 그 이상의 무언가는 떠오르지 않았다. 산장이었다.
구름이 눈높이 그 아래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운하였다. 그것을 실제로 마주하니, 신비로운 느낌이 몸으로 다가오니 느껴지는 감동이 있었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구름 속에 발을 들이고 길을 계속 걸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날이 꽤나 추웠다. 누나의 친구에게 얻은 정보에 의하면 스페인 북부엔 9월부터 비가 많이 온다고 했다. 우리는 8월에 걷기로 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며 행복해했다. 날씨가 좋은 것이, 맑은 하늘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이리 알려주는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길을 걷는 중에 카페에 두 번이나 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다만 오늘은 미리 준비해 둔 음식이 없었고 날씨가 많이 추웠다. 배가 고팠던 탓에 커피 말고 음식을 주문해 보았다. 순례길을 걸으며 바게트를 주식으로 먹다 보니 쌀을 그리워한다. 밥 메뉴가 있기에 다르게 두 가지를 주문해 보았다. 주문하고서 바로 전자레인지 소리가 들리기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만 그 예감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해물과 치킨 두 가지 버전 모두 맛있었다. 풍미가 좋았고 쌀과 주재료의 식감이 좋았다. 꽤나 마음에 들었던 덕에 씨푸드누들도 주문을 해보았다. 누들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우리가 생각하는 면과는 많이 달랐다. 베이스는 밥의 그것과 같았다.
비가 오고 추웠던 탓에 발걸음을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화장실을 따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는데 욕조가 있었다. 추웠던 오늘의 길 끝에 따듯한 물에 몸을 담갔다. 호사스러웠다.
알베르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큼직한 하몽과 초리조가 나오고 수프가 커다란 냄비에 담겨 나왔다. 수프는 돼지지방의 향이 강하게 풍겼다. 그것의 여운은 입에 오래 남았다. 샐러드는 평범했고 고기는 커다랐다. 한국에선 스테이크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다리 부위 같았는데 식감이 좋았다. 다만 잡내가 조금 있었고 선도가 그리 좋지는 않은 듯 느껴졌다. 양이 정말 많았다. 감자튀김과 햄은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오늘 숙소를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이 식사였다. 특히 디저트로 갈리시아 지방의 전통 치즈가 나온다고 하여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딸기케이크와 카페 콘 레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