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시작이었니?

by 온혈동물

오전 일찍 집에서 경기도 하남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 하빈은 오전에 하남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인맥을 통해 현재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강서구 경찰청에 연락을 해서 담당부서의 한 형사와 면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그전에 하빈은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되는 보검의 학교에서 벌어진 자살사건을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빈이 보검의 집에서 보았던 사진 속의 주인공은, 그녀가 알아본 결과 보검이 졸업하기 직전 자살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보인 강한 분노는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사진 속의 주인공이 죽기 전에 친하게 지낸 친구가 일한다는 하남으로 찾아오게 되었다.

그 친구는 오늘이 휴무라며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스타벅스에서 만나는 걸 허락했다.


하빈은 막 스타벅스에서 아이스커피를 받아 자리에 앉았을 때 한 여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빈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수현씨?"

그 여성은 하빈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서서히 다가왔다. 하빈인 미리 시킨 아이스커피를 그녀 쪽으로 밀어놓았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와주셔서."

하빈의 말에 수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하빈의 약속을 정하기 전에 수현과 통화에서 자신은 보검을 알고 있는 사람인데,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하빈씨라고 했나요? 졸업한 지 몇 년이나 지났고, 같이 학생회를 하긴 했지만, 나는 보검이랑 크게 친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사실 묻고 싶은 건 단순히 보검씨에 대한 것만은 아니에요. 같이 학생회를 하셨지만 먼저 가신 현진씨라는 분에 대해서도 괜찮으시면 좀 물어보고 싶어요. "

'현진'이라는 단에서 수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강한 슬픔이 그녀 안에서 퍼져나가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슬픔이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는 것도.

"그럼 내가 먼저 하나 물어보죠. 하빈씨가 보검과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현진언니에 대해 궁금해하는 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몇 달 전 전 보검씨와 남녀사이로 발전했었어요. 그런데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어두운 면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를 떠났죠. 근데 떠나기 전 그가 현진씨에 대한 강한 감정이 있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제 그 사람을 다시 만나야 하는데, 그 상황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다면 그를 상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물어물어 수현씨가 대학 때 현진씨와 친했었다는 얘기를 듣게 되어 연락드린 거예요.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하빈은 그녀가 보검에 대해 의심하는 것들을 처음 본 수현에게 얘기할 수 있는 없었다. 그녀가 말할 수 있는 선에서 나름 설명을 했지만 수현이 하빈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보검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사람이었어요. 공부도 잘했고, 외모도 학교에서 보기 드문 매력적인 남자에 겉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매너도 좋았죠. 그리고 현진언니를 좋아했어요. 현진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요. "

현진의 얘기를 하며 수현을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나랑 현진 언니는 사귀는 사이였어요. 내가 처음 본 하빈씨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이상하겠지만 난 현진언니가 그렇게 간 이후로 우리 사이을 밝히지 않은 걸 계속 후회했어요. 그랬었다면 언니가 그렇게 가기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으니깐요."

수현은 슬픈 얼굴로 창밖을 쳐다보았다. 하빈은 이제 보검은 분노와 동성애자들에 대한 분노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현진'이라는 사람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학교의 많은 여학생들이 보검이를 좋아했어요. 잠깐씩 만나는 여자애들도 있었는데 오래가지는 않았죠. 그러다 현진 언니가 편입을 하고 같이 어울리면서 보검이 언니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 같았어요. 언니는 걔를 동생처럼 편하게 대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지내는 몇 년 그런 상태로 지냈었던 것 같아요."

잠시 말을 멈춘 수현은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언니가 그렇게 됐을 때부터 우리 과의 한 여자애라 보검이 갑자기 커플이 됐더라고요. 처음에는 현진언니가 그렇게 돼서 정신이 없어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계속 언니만 바라보던 애가 왜 갑자기 언니가 죽던 시점에 다른 애랑 사귀기 시작했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도 언니의 죽음과 그를 연관시킬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었고, 언니의 죽음으로 자살로 처리되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하빈은 수현의 보검에 대한 의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보검의 현진에 대한 감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당연히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진의 죽음 이후 다들 졸업을 하고 각자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시작을 했을 테니 그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럼 보검씨가 그 사람과 얼마나 사귀었는지는 아세요? 혹시 그분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해주실수 있다면, 수현씨가 생각하는 보검씨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외부적인 조건 같은 거 말고 그에 대한 느낌 같은 거요."




하빈은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수현이 한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보검이랑 지은이는 보검이가 학교 마치고 공중보건의 하는 한 삼년동안 사귄 것 같아요. 지은이가 한 번은 모임에서 술에 취해서 보검이 군대생활하느라고 자주 보지도 못했는데, 제대하자마자 헤어졌다고 투덜대는 걸 본 적이 있어든요."

"보검이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진짜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현진언니가 그렇게 되기 얼마 전에 보검이 우리 사이를 눈치챈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러다가 언제 한번은 학생회 애들이랑 같이 놀러간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술 먹고 게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보검이 장난인척 하면서 내 목에 팔을 두르고 힘을 준 적이 있는데, 그때 그 눈빛은 장난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 순간 정말 보검이 정말 날 죽이고 싶어 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근데 금방 장난처럼 눈빛을 바꾸고 스스럼없이 나를 대하는 걸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죠. 그리고 그 후로 다시는 보검이 근처에 가거나 단둘이 있는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현진 언니한테도 보검이 조심하라고 얘기했는데, 보검이가 그런 모습을 언니한테 전혀 보인적이 없이 착하게만 구니깐 언니는 내가 괜한 생각을 한다고 가볍게 생각했어요. 내가 언니를 좀 더 조심시켰어야 했는데. "




보검과 사귀었다던 지은은 하빈이 전화롤 보검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지은이 보검과 제일 오래 사귄 유일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전화했다 하자 으쓱대며 보검이 자신에게 먼저 사귀자고 졸업파티 후에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하고는, 보검과의 일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하빈은 여러 가지 생각에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 보검의 첫 번째 살인 대상이 현진이었을까 하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조용히 있다가 왜 이렇게 일을 벌이는 걸까.

현재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들이 하빈의 말을 있는 그래도 믿어줄 리도 없고, 아직 그녀는 어떻게 보검을 막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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