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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14. 2022

시간의 길이

어린 시절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읽을 책이 있을 때였다. 그래서, 부모님이 아주 시골 초등학교로 전근을 가시게 되었을 때, 오후의 대부분의 시간을 교실 한 칸 만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어린 시절에는 시골에 살기도 했었고, 또 지금처럼 대형 서점도 없었던 때라 친구들에게서 책을 빌려 읽거나 누군가의 집에 가서 그 집에 있는 책을 읽는 게 다반사여서, 특별히 나에겐 책에 대한 선택권은 없었다. 그냥 닥치는 대로 고전소설부터 추리소설까지 섭렵하곤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셜록 홈스 같은 추리소설이 나에겐 가장 흥미로운 내용이었고, 커서는 나름의 명작이라 불리는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학창 시절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책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장이 시처럼 아름답다고 느꼈고, 이십 대에 읽었던 무라까미 하루끼의 '상실의 시대'는 읽으면서는 너무 가슴이 시려서 중간중간에 읽기를 중단해야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소설에 대한 애정만을 갖고 있던 내가 이제는 소설이 아닌 자기 계발서나 주식에 관한 책을 읽는다. 물론 아직도 추리소설은 나의 all time favoriate이지만, 지금 집중하고 싶은 부분이 나의 잠재력을 키우고 싶기에 한 선택이다. 그렇지만 자기 계발서의 책들도 책에 따라서 정말 아름다운 문장들이 쓰여 있는 책들이 있다. 지금 읽고 있는 John Soforic의 'The wealthy gardener'도 굉장히 문학적이라고 느껴지는 책이다. 


나는 늦은 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침대에서 잠을 청할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잠을 자는 일이 나에게는 정말 중요하고 제일 좋다고 생각한 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거나 주말에 늦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에는 정말 불만스럽기도 했다. 누군가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거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말 따위는 나와 눈곱만큼도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최근까지 생각했었다. 


두 달 전 우리는 1층짜리 방세 개의 싱글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5개월짜리 강아지가 생겼다. 전에 아파트에 살 때는 강아지도 없었지만, 특별히 집 밖으로 나갈 일도 없었고, 그래서 주 4일 정도 일하고 나서, 쉬는 날에는 시간이 무척 여유로웠다. 그런데, 새로운 집에서는 끊임없이 뭔가 할 일이 있고, 또 강아지를 먹이고 대소변을 보이고 씻기고 또 그에 따른 부수적인 집안 청소의 업무가 부과되었다.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삶의 변화는 도미노 같다는 것이다. 물론 몇몇 특별한 사람들은 뭔가 크게 깨닫고 결심하고 변화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실타래에 한올한올 꿰이는 것처럼 차근차근 변화한다는 것이다. 첨에는 그냥 강아지 대소변을 보여야 하니깐 일찍 일어나자 라는 생각이 점점 불어나는 집안일들로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유용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나씩 내가 개인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시간에 좀 더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이르고, 계획을 짜기에 이르렀다. 


누군가 얘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의 순서는 '건강-시간-돈'이라고. 정말 맞는 말인데 우리는 건강과 시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중요성을 대대분 잊고 살아간다. 어쩌면 건강과 시간은 없어지고 나면 알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처음의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나는 어린 시절 책 읽기를 너무나 좋아했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문과가 아닌 이과로 대학을 가게 되고, 문학서적이 아닌 의학서적과 씨름하면서 나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과학적 근거를 가진 결과를 바탕으로 일을 해야 하는 직업으로 일을 하면서,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머나먼 아니 잊혀진 일이 되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계기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고 다시 나의 어린 시절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도 같은 시기에 들어간 새로운 직장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하는 과정에서 security question에 '나의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인가'에 '작가'라는 단어를 적으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현재 나의 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싶다. 하지만, 나의 자유시간에는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나만의 소설을 말이다. 그러면서 과연 많은 훌륭한 작가들은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글을 썼을까 의문이 들었다. 최근에 들은 오디오 북에서 '마지막 잎새'를 쓴 오 헨리라는 작가의 첫 작품이 그가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감옥에 들어가 있을 때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나의 첫 소설을 미국에서 수의사로 일하면서 출판하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가 생겼다. 

나의 유한한 시간을 나의 무한한 잠재력과 에너지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드는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자신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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