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_. 짧은 창작.

by 휘진

무작정 바다를 보러 갔다. 딱히 낭만을 찾으러 간 것은 아니다. 같이 보러 갈 연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 깊은, 어쩌면 검을 수 있는 푸른 바다가 보고 싶었다. 기차를 타고 가는 2시간 30분은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것마저도 '바다 같은' 음악들만 골라 재생목록을 꾸렸다. Sakanaction의 나일론 실, Aleph의 Sleep by the sea 같은 몽환적인 노래들은 나의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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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자연스레 흔들리는 선로 위 열차는 무작정 바다를 보러 가는 내게, 바다를 보러 간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 흔들림에 몸을 그저 맡기게 되었다. 이 넓은 열차의 한 량에는 나만이 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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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고 일어난 뒤의 열차의 종착지, 그 앞엔 물길이 펼쳐져 있었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어쩌면 이차원에서 한 번쯤은 조우했을 법한 라벤더색의 하늘과 구름이 피어있는 바다. 내가 원하는 바다는 이 밑에 있다. 고정될 곳 따윈 주위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도 바닥을 향하는 이정표가 굳건히 박혀있다. 주의 사항 같은 건 적혀있지 않고, 마치 이곳 또한 길이라며, 장소라며 안내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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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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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다. 당연하게도 바다는 차가울 것이다. 이 거대한 탕을 끓이는 버너 같은 건 없으니까. 그럼에도 포근함이 느껴지는 건 어째서일까, 나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 감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감고 싶었다. 어차피 너무나도 깊은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보지 않아도 돼.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그저 이곳에 휘감겨 버릴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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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다에 있고 싶어. 이 바다에 있고 싶어. 계속. 내 그림자는 이 바다와 하나야, 땅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나와 내 그림자는 이곳에서 자유를 얻었어. 안정되어 가는 바다, 사라지는 파도, 사라지는 나, 그리고 너.

흩날리는 나는 바람만이 기억하겠지. 바람만이 나를 알고 있어. 나는, 이 바다에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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