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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서비스 리뷰] 중앙일보 더 중앙 플러스

뉴스 구독, 콘텐츠로 끌고 경험으로 엮는다

by TrueBlue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 미국 언론계에서 ‘디지털 뉴스 유료화’는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국내에서는 중앙일보가 콘텐츠 디지털화를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있는 이 분야에선 독보적 언론사이다. (예전부터 크기 등 지면 디자인에 있어서도 변화를 추구하고 예뻤음! ㅎㅎ)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중앙일보의 유료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는 누적 1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를 깨기 위한 시도로서, 꽤 의미 있는 수치다.
물론 '누적'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 리텐션(유지율)일 텐데 자료가 없다. 다만, 2025 중앙그룹 신년사에서 이 리텐션에 대해 꽤 자신감을 드러낸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더중앙플러스’를 사용하며, 사용자 경험과 콘텐츠 전략 관점에서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개선하고 싶은 포인트들이 생겼다. 이 글에서는 사용자 관찰자 시선과 PM의 관점을 오가며, ‘뉴스 구독 서비스’가 어떻게 더 설득력 있게 설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


1. 맛보기 콘텐츠만으로 구독 전환 성공할까?

6월 대선을 앞두고, 중앙일보 메인에는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한 내러티브 콘텐츠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김문수·이재명 후보의 더중플 기사는 서사와 몰입이 돋보이는 콘텐츠였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롭게 읽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글 하나를 끝까지 보기 위해, 내가 과연 월/연간 구독까지 할까?”

콘텐츠는 재미있었지만, 구독으로 이어질 만큼 매력적인 유도 장치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아쉽다'는 감상이었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는 ‘단건 구매 옵션 + 구독 전환 디스카운트’ 모델이다.

기사를 단건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횟수 이상 결제 시에는 월 또는 연 구독 전환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즉, ‘이탈 방지’보다는 ‘탐색 → 결제 → 전환’의 퍼널을 설계하는 것이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월/연간 구독이 부담스럽다면 ‘일단 하나만 보고 싶은’ 사용자에게는 구독보다 단건 구매 + 점진적 설득이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그렇게 하나의 완전한 기사를 보고 만족스러웠다면, 할인된 구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물론, 단건 구매 모델을 넣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첫째, 단가 산정이 난해하다. 월 구독이 할인하면 2800-2900원 정도인데... 개별 기사마다 가격을 매기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기사는 100원, 어떤 기사는 1,000원? 단가 산정이 난해하다.
둘째, 수수료와 세금 등을 고려하면 단건 구매는 수익성이 낮고 남는 게 없는 장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연 구독이 부담스러워 이탈한 사용자를 계속 놓치고 있는 상황은 아쉽다. 단건 구매를 결제의 끝점이 아니라 구독으로 이끄는 전략의 일부로 본다면, 유의미한 시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미 10만 유료 독자와 함께 이 부분에 대해 성공을 확인하고,

만들고 계실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도 전면 구독제로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는데, 어쩌면 그런 막힌 구조가 더 사용자의 관심을 부르고, 전환을 이끌 수도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게 최고다...ㅎ


2. 추천이 많은데, 날 위한 추천 같지 않다?

더중앙플러스에 처음 진입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문제였다. 많긴 한데, 너무 많아서 복잡하고... 딱히 내 취향과 연결된 콘텐츠가 보이지도 않았다. 콘텐츠 큐레이션이 되어 있는 듯 보였지만, 추천이 추천처럼 느껴지지 않는 상황....!


예를 들어, 내가 처음 접한 K-콘텐츠가 임영웅이 아니라 '이수만 평전'이었다면? 좀 더 흥미와 호감도가 높아졌을 것 같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처음에 무엇을 만나느냐’다.

이 지점에서 맞춤형 추천을 위한 온보딩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연령, 성별, 관심 분야 같은 기본적인 구분이 아니라,

좀 더 ‘콘텐츠 소비 성향’이나 ‘요즘 나의 관심사’ 중심의 질문을 통해

정교한 첫 큐레이션을 설계하는 것이다.


단순 추천 로직의 개선이라기보다는 '온보딩-추천-소비 흐름' 전반에 대한 구조 설계 문제에 가깝다.
첫 진입 시 ‘압도적인 양’보다 ‘정확한 한 꼭지’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용자의 이탈률을 낮추고, 첫 방문 후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많은 정보’보다 ‘맞는 정보’
구독 모델에서는 이런 차이가 서비스를 구독할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3. 어랏 '다음 화' 어딨지?

더중앙플러스에서 시리즈물을 읽다가 문득 당황한 적이 있다. 분명히 ‘다음 화’가 있을 텐데, 버튼이 잘 안 보였다. 한 번 인지하고 나서는 ‘다음’, ‘이전’ 버튼이 잘 보였지만, 처음엔 시각적으로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노출되다 보니 놓치기 쉬웠다. 기자 소개, 구독 정보, 관련 콘텐츠 등이 이어지면서, 정작 ‘다음 화로 넘어가는’ 흐름이 시야에서 멀어졌던 것이다.


‘다음 편 어디 있지?’ 하며 스크롤을 위아래로 반복하다 보니 콘텐츠의 흐름이 끊기고, 몰입도도 낮아졌다. 작지만 꽤 치명적인 UX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1) ‘다음 편 보시겠어요?’라는 토스트 팝업 또는 스크롤 트리거를 활용해 다음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방식으로 UX를 개선한다.

(2) 또는, ‘다음’, ‘이전’ 버튼에 포인트 색상을 넣어 시각적 우선순위를 높이는 간단한 개선도 효과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지점은 A/B 테스트를 통해 실제 사용자 반응을 실험해 볼 수 있다.
토스트 팝업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포인트 색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다음 화 이어 보기’ 클릭률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측정해 보면 명확한 인사이트가 나올 것이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어떻게 하면 콘텐츠와 콘텐츠가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할 것인가.

텍스트 중심 미디어 플랫폼에서 콘텐츠 간 연결은 곧 체류 시간이고, 리텐션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그것이 ‘읽히고’, ‘연결되고’, ‘반복 소비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서비스 저널리즘 - 요즘 트렌드 체험 어때?

유료 구독의 핵심은 ‘콘텐츠 품질’이지만, 구독을 유지하게 만드는 건 가치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뉴욕타임스의 와이어커터가 그랬고, 뉴스레터 기반 미디어들이 지향하는 것도 결국 ‘정보를 넘어서, 일상에 즐거움과 변화를 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5060 여성 구독자를 대상으로 요즘 트렌드 체험을 제안해 볼 수 있다.
퍼스널컬러 진단, 원데이 클래스, 다도나 와인 클래스 등 ‘가볍지만 새로운’ 취향 경험은 단순한 정보 소비를 넘어 ‘내가 뭔가 해봤다’는 감각을 남긴다.


나 역시 엄마와 함께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아하셨고, 친구분들에게 자랑도 하셨다. 그때 느꼈다. “요즘 애들 하는 거, 엄마도 해보고 싶어 하는구나.”


이런 트렌드 체험을 콘텐츠로 소개하고, 유료 구독자에게는 연계 업체 할인 쿠폰을 제공하면 어떨까?

뉴스 콘텐츠를 경험의 입구로 만들어주는 것. 이건 언론사가 언론으로서의 공정성과는 별개로, 콘텐츠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구독을 통해 얻는 정서적 가치와 일상 속 변화의 경험, 그것이 구독을 계속 유지하고 싶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5.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 ‘정체성 표현’이 되는 배지

더중앙플러스에서는 활동 배지와 같은 ‘사용자 이력 기반 리워드’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배지가 단순히 ‘모으는 재미’에 그친다면, 조금 아쉬울 것 같다. 그냥 수집이 목적이 아니라, 수집하고 자랑할 수 있고 공유하고 싶은 구조여야 사용자에게 진짜 재미있는 콘텐츠 이용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키워가는 재미’, ‘쌓아가는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북적북적 같은 앱이 주는 감정선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배지를 조금 더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는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면 어떨까?

현재는 ‘건강 더하기’ / ‘봄 나들이’ / ‘주말에 어디가’ 같은 이름들이 배지로 주어지는데, 사실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기도 하고, ‘이걸 왜 모아야 하지?’라는 동기부여가 부족한 편이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콘텐츠를 읽는 사람에게는 ☀️ "일찍 일어나는 새" 건강 뉴스 소비가 잦은 사용자에게는 � "이 구역 허준" 나들이 관련 콘텐츠를 자주 본 사람에게는 � "나는야 피크닉 플래너"

이렇게 정체성 중심의 네이밍이 들어간 카드형 배지는 단순한 수집욕보다 훨씬 더 강한 공유 욕구를 유발할 수 있다.


뉴스와 콘텐츠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고, 그걸 SNS에 자랑하고 싶어지는 지점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단순한 리워드 설계를 넘어 서비스 기능이 ‘정체성 콘텐츠’로 확장되도록!

내가 클릭한 것, 공감한 뉴스들이 곧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메타데이터가 되는 구조.

정체성을 중심으로 설계된 배지는 뉴스 플랫폼을 단순한 정보 소비 공간에서 ‘나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배지를 왜 모으지?’가 아니라 ‘나는 이 배지를 통해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로 질문을 바꾸면, UX의 방향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6. 눈은 피곤해도, 귀는 열려 있다 - 기사 오디오로 제공하기!

요즘은 책도 ‘귀로’ 읽는 세상이다. 밀리의서재나 윌라 같은 서비스에서 오디오북 수요가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출퇴근길이나 잠들기 전에는 오디오북으로 듣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꼭 눈으로 읽어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뉴스도 라디오처럼 ‘들으면 편한’ 순간이 있다. 더중앙플러스가 유료 구독자 전용으로 기사 오디오 버전을 제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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