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언제부터인지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이 그립습니다.
찐 가지무침, 야들야들한 고춧잎무침, 냉이 된장찌개, 쑥버무리(쑥털털이)등입니다.
집이 가난해서 먹는 음식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뗀 햄이나 소시지, 김, 계란이 맛난 법이니까요.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에 아파하고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무엇을 포기할 수 없느니 알 수 있죠.
나다움과 나의 정체성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 중 p189, 박근필, 미다스북스)
글쓰기를 하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분명 머릿속에서 안다 생각한 아이디어가 말을 해보거나 글로 써보면 어버버하며 헤맬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깜짝 놀랍니다.
고된 일상을 살다 보면 업무 외적인 일상에서 내 느낌, 내 생각, 내 가치관을 명확히 말로 표현할 기회가 없습니다.
수다를 떠는 것과는 다릅니다.
삶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니까요.
중년의 흔들림이 찾아왔을 때에게 떠올립니다.
'과연 나다움이란 무엇일까?'
정체성을 확고히 가져간다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써보니 자기 확실성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스무 살이나 서른 살에 가졌던 지나간 확신들뿐입니다.
중년이 되면 몸이 달라지고 생각이 바뀝니다.
입맛부터가 달라지죠.
지금부터의 나만의 확실성을 새로 세워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 소중한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인생의 새 판을 짜는 것과 같습니다.
안티에이징, 웰 에이징, 슬로 에이징이란 용어가 유행하면서 노화방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와 더불어 정신적인 성장을 이뤄나가야 합니다.
살아오는 동안 나름 내적 성장과 지혜를 쌓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릅니다.
실제로 내게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릅니다.
실제로 내가 아는 것과 안다고 확신하는 것도 다릅니다.
그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는 것이 자기반성입니다.
제2의 사춘기, 갱년기라며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게 아니라 섬세한 감성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먹고 사느라 잊고 있었던, 가슴 깊숙이 꾹꾹 눌러뒀던 감수성을 꺼내봅니다.
오늘 나이의 봄날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내년에는 내년 나이의 봄날이 올 테니까요.
진달래와 철쭉, 데이지꽃을 보며 환한 감상에 젖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