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음영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by 생각하는 프니

초록 초록한 여름의 시작입니다.

장미가 지고, 대추나무 여린 가지가 단단해집니다.

대롱대롱 매달린 매실이 수확을 기다립니다.


시원한 나무 아래서 올려다봅니다.

나뭇잎이 무성하게 하늘을 가립니다.


회화라고 할만한 그림을 그려본 건 고등학교가 마지막이었는데요.

미술 실기평가에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습니다.

바로 음영입니다.

해를 받는 나뭇잎 위는 밝은 연두색, 아래는 짙은 녹색으로.

때론 네이비나 검은색도 씁니다


공식대로 그려내면 나름 그럴듯한 입체적인 풍경화로 보이긴 합니다.


실제 눈으로 관찰한 음영이 아니라 수학공식처럼 외운 지식입니다.

여유가 생기면 직접 내 눈으로 세상의 음영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에피소드 하나.


당시 출처는 알 수 없으나 '물감을 많이 쓰면 쓸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정보가 암암리에 돌았습니다.

새로 산 물감 한 상자를 네모난 캔버스 위에 한방에 다 써버리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원하는 점수를 받았지요.


나중에 보니 팔레트를 이용하지 않고 캔버스에 바로 물감을 짜 넣고 그림 그리는 방식도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드는 여름 오후,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을 보니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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