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우울과 불안에 취약한 사람들에겐 따뜻한 돌봄의 기억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정서와 일치하는 사건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어 부정적 정서를 잘 느끼는 사람들은 긍정적 사건들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따듯한 돌봄의 기억을 불러올 수 있는 사람들은 발을 헛디디면 받쳐줄 안전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우울과 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 임아영 지음, 초록북스)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자녀가 다 떠나고 부부 둘만 남은 적막한 집안에 첫째 딸이 갑자기 들이닥칩니다. 집안에 활기가 돕니다. 그때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그들은 나를 기어코 또 키웠다. 내가 세상에서 백 그램도 사라지지 않게 했다."
부모님은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자녀를 키웁니다. 때로 부모의 방식이 자녀가 원하는 방식과 다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금명은 극 중에서 아버지에게 몇 번이나 "짜증 나"라며 울먹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갈 곳이 없었고, 먹을 것이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낸 부모는 자녀가 힘들 때 돌아올 수 있는 안전지대와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먹이는 것이 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해서 한이 된 기억을 자녀에게 대물림 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자녀는 그 이상을 바라게 되죠.
우연히 이 장면에 대한 댓글을 봤습니다. 금명의 부모처럼 사랑받고 자란 기억이 있는 사람은 부모를 그리워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더군요. 부모의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의외로 그 사랑을 전하는 방식에는 서투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부모님도 그 자신의 부모님에게서 사랑을 주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나이 들수록 '못 배운'것과 '안 배운'것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와 맞지 않아라고 선택하지 않은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예 그런 방식이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받아보지 못한 사랑이지만, 배우고 익혀서 사랑을 주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입니다. 그런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