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르기 담당, 해결 담당

환상의 복식조

by 정유스티나

나는 의식주 중에 주를 가장 비중 높게 생각하고 집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아파트 분양하는 뉴스를 꼼꼼하게 챙겨 보고 가까운 곳에 모델하우스가 있으면 반드시 가봐야 직성이 풀렸다.

간혹은 먼 거리임에도 마다하지 않고 원정까지 갔다.

이렇게 얘기하면 부동산 투자 내지는 투기에 관록이 있는 일명 복부인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부동산으로 떼돈 내지는 때돈을 벌었느냐 하면 불행하게도 그건 아니니 미리 놀라지 말기 바란다.

다만 그 동네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주거지역을 선호했고 대체로 그렇게 살아왔다.

분양 소식에 민감하다 보니 모델하우스를 자주 방문했다.

팔랑귀인 나의 레이더망에 달콤한 유혹은 여지없이 내 심장을 흔들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서를 쓰고 있다.

행동파, 지르기의 끝판왕이다.

거의 대부분은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 계약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다음 날 해만 밝으면 취소했다.

그러다 보면 진짜 나와 인연이 닿아 등기부에 잉크를 묻히는 일까지 진전되면 우리의 재산 목록에 추가된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큰 반항이나 질책대신 묵묵히 해결해 주었다.

가히 해결 담당의 혜자 로움이다.


양평을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순간 바로 수면에 드러난 우리 집.

전원이지만 마당이 없기에 잡초와의 전쟁을 할 일도 없고, 세컨 하우스이기에 각종 집기를 마련해야 하는데 모든 가전제품과 집기를 모두 두고 갈 수 있다니 금상첨화였다.

주위에 조성되어 있는 인프라가 매혹적이고 보안 시설도 잘 되어 있는 공동 주택이었다.

내 눈에서 뿜어 나오는 하트가 무한 발사됨을 직감한 남편은 결연한 표정을 짓는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당신, 너무 좋아하는 것 보니 이 집이구먼.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 정도 누릴 자격은 있어요."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씨도 울고 갈 감동멘트를 날린다.

"마음에는 들지만 당신, 요즘 힘들잖아요. 난 정말 괜찮으니 무리하지는 마세요."

제법 배려와 사랑을 담은 말로 화답한다.

"살면서 이렇게 마음에 딱 드는 집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당신이 이렇게 좋아하니 그냥 계약합시다."

남편에게 평생 들은 어떤 말보다 나의 폐부를 파고드는 찡함이다.

내 눈에 가득 찬 감사와 애정의 눈물이 내 마음을 적신다.

최고의 해결사이다.

집을 보고 계약까지 한나절에 뚝딱 해결했다.

어찌 보면 긴 시간 고민하고 이리저리 재어 본 시간에 비하면 결판이 난 것은 가히 후다닥이다.


남양주 대성리에 있는 캠핑장에 캬라반을 1년씩 장박하며 캠핑을 즐긴 시간이 햇수로 4년째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팬데믹의 충격에 휩싸였던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마니아층은 열광하던 프로그램 '여행생활자 집시맨'이 있었다.

우리 집에도 광팬이 한 분 계셨으니 바로 남편이다.

캠핑카 하나 사서 쉴멍 놀멍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캠핑족들의 모습이 남편이 꿈꾸는 로망이었다.

나는 헬스장과 목욕탕, 요가 등으로 하루의 삼분의 일을 채우던 때라 단칼에 거절했다.

게다가 야외 생활의 불편함이 싫고, 자연이 주는 해악인 각종 벌레를 너무나 무서워했다.

몇 년째 혼자 각종 캠핑카를 전시하는 박람회를 수차례 다닌 것은 하랑이-캬라반 이름-를 구입하면서 알았다.

캠핑 생활은 나의 계획에 없었고 평생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초유의 글로벌 위기인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쳤다.

만남이 끊겼고 일상은 멈췄다.

당장 오늘의 안위도 보장받지 못한 채 내일은 공포의 연속이었다.

갈 수 있는 곳은 자연 밖에 없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목숨줄이 남아 있을 때 남편의 소원을 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여보, 당신.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으니 이제 당신하고 싶은 일 하며 사세요."

나의 오더가 떨어지는 순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랑이를 계약했다.

평소에 찍어 두었던 캬라반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릇에 물이 차서 저절로 흘러 넘친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캠핑 시절이 열렸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캠핑에 대한 모든 편견을 깨고 캠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히스토리가 있었기에 '양평살이'의 꿈씨가 뿌려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씨앗이 싹이 나고 전원살이의 지평이 열린 것이다.

개봉 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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