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양평 수박축제

by 정유스티나
다운로드.png 양평 수박축제 포스터



양평에 솥을 걸고 부산한 정리 시간이 지난 지 1일째이다.


'양평 수박 축제'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하다 하다 수박 축제까지 하는구나.


여름 과일의 킹급인 수박은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수박 축제장에 소소한 워터파크도 개장한다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칠쏘냐.


터지기 일보 직전의 풍선처럼 팽팽하게 부푼 마음으로 손주들보다 우리가 더 신났다.


'축제'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달달한 기대감은 작렬하는 7월의 태양만큼 뜨겁다.


한편, 축제에 가면 미어터지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에 대한 두려움도 슬쩍 자리를 잡는다.


축제가 열리는 '청운용두시장'으로 가는 길에 차가 막히지 않음은 축제장의 인지도를 가늠하게 했다.


예상대로 생각보다 한산했고 다소 썰렁하기까지 했다.


홍보가 부족했는지, 관심이 없어서인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주최 측의 마음을 헤아리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수박.jpg 양평 수박 축제 가요제 무대




그래도 축제는 축제다.


시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임시 무대에서는 지역 가수들의 노래자랑이 열린다.


벌써 어깨가 들썩인다.


축제로다!


그리 크지 않은 축제장 끝에서도 열창하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 소리가 다 들린다.


조용하던 축제장의 분위기를 수직상승시킨다.


시골 장터 특유의 구수함과 고향 냄새가 내 귀를 타고 들어온다.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눈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코스모스 반겨주는 정든 고향역


때마침 들려오는 나훈아의 '고향역'은 그래서 더욱 사무친다.





물놀이1.jpg 물놀이는 나의 행복




손주들은 저 멀리 보이는 워터파크로 냅다 달린다.


도시의 대형 워터파크와는 비교되지 않는 소박한 규모이고,


아직 물이 데워지기 전인 이른 시간인데도


아이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에 덩달아 마음이 바빠진다.


엄마 뱃속에서 양수로 물놀이를 해서들인지 유난히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긴다.


평소, 욕조에 물을 받아 집구석 워터파크 개장을 하는 우리 아이들의 입이 귀에 걸린다.


연신 까르륵까르륵 물방울의 숫자만큼 웃음방울이 여름 하늘을 청량으로 채운다.




수박3.jpg 누가누가 예쁜가요?




'양평수박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카빙대회'가 전 날 열렸나 보다.


대상을 필두로 입상한 작품들이 나란히 나란히 줄을 서서 우리를 반긴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기막힌 카빙 솜씨에 수박이 환골탈태를 했다.


아까워서 작품들은 절대로 먹지 못할 것 같지만 누군가의 입을 통해 위장으로 들어가겠지.




수박1.jpg 수박 카빙대회 대상 작품





수박2.jpg 사랑 품은 수박 카빙작품





마침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포착된 관람객 아저씨는 이곳이 수박 축제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수박축제의 이름을 완성해 주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새삼 다정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삶도 순간순간 폭죽이 터지는 축제이길 조용히 빌어본다.




수박4.jpg 어느 수박이 제일 클까요?




물놀이에 지친 아이들은 '수박 모자 만들기'에 도전한다.


수박을 빼닮은 모자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손주들과 함께 다니면 이런 체험들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우리 부부만 축제장을 찾는다면 이런 재미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아니 아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손주 육아가 주는 선한 영향이다.


아이들이 만든 수박 모자는 우리의 세컨 하우스 장식장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수박모자1.jpg 고사리 손으로 완성한 수박 모자




아이들이 만들기에 열중할 때 우리 부부는 '수박시식' 코너에 줄을 선다.


딱 봐도 최고 품질의 수박 대령이다.


수박 농부들께서 잘 키운 자식 같은 녀석들을 우리에게 내어 주신다.


한 덩이의 수박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노고를 알기에 감사함에 수박을 받는 두 손이 공손해진다.



수박시식1.jpg


가히 일품이다.


양평 청운 수박은 육질과 당도에서 으뜸이다.


내가 먹어 본 수박 중에 최고의 맛에 머리가 띵하다.


이 맛있는 수박을 이제야 만나다니...



뜬금없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여름 내내 우리 집 마당 수돗가의 빨간 대야에 늘 둥둥 떠 있던 수박.

수박을 제일 좋아하셨던 우리 아버지가 생각나서 수박이 목에 걸린다.



수박시식.jpg 아마도 군침을 흘리고 있을 남편




내친김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막둥이 손자보다 큰 수박 한 덩이를 사서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


축제의 여흥과 함께 뿌듯함을 품은 보름달이 뜬다.




"우리가 양평에 이사 왔다고 웰컴 축제를 열다니 양평군민들 범절 있구먼."



수박모자.jpg 내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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