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123.
비밀상자를 여는 암호인가?
골드바가 그득한 금고 번호가 아니라는 건 다 알 것이다.
나이 듦에 대한 회한이 몰려올 때가 되면 모두가 열망하는 숫자이다.
구순을 바라보시는 우리 엄마가 주문처럼 외우는 숫자이기도 하다.
99세까지 88 하게 살다가 1, 2일 앓다가 3일 만에 지구에서 영구제명되어 하늘의 장부에 이름을 올리길.
손목닥터 9988 애용자이다.
몇 달 만에 벌써 10만 원을 육박한다.
덕분에 살림살이마저 펴진다.
10,000보 찍는 것이 매일매일 반드시 해야 할 미션이다.
날씨가 궂거나 몸이 아파서 야외로 나가기 힘든 날이면 거실에서 제자리걸음으로라도 숙제는 마쳐야 하루가 잘 마무리된 듯하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
게다가 우리 아들 루키와 함께 걸으니 일타쓰리피이다.
발바닥에 박힌 티눈 빼는 시술을 한 며칠 동안은 손주들이 번갈아 가며 거실에서 헛둘헛둘 하며 걸음수를 채운다.
"할머니, 걱정하지 마. 우리가 만보 채울게."
만보 걷기에 진심인 나의 모습이 꼬물이들에게도 들킨 것 같아서 조금 민망하다.
200원 벌기가 이렇게 힘든데 200원 쓰는 건 애들한테도 시시하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을 매일 일상에서 실천 중이다.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에서 명품 체육복에 대한 현빈의 명대사인 한 땀 한 땀,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캐시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건강지수도 올라간다.
어차피 내 건강 지키기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운동을 했을 뿐인데, 돈까지 주니 대한민국 서울 만세다!
물론 국민의 건강증진이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고 나라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처음에는 나 혼자 시작한 손목닥터 9988 운동에 남편이 합류하더니 딸까지 동참했다.
온 가족이 건강 챙기기를 표방하며 간식비 버는 재미에 푹 빠졌다.
뭐니 뭐니 해도 자가발전이 최고이듯이 내 한 몸 움직여서 버는 캐시의 보람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그까짓 몇 푼이나 한다고?
친구와 만나서 우리 걷기부터 할까? 제의하는 나에게 친구가 퉁을 준다.
얘는 하늘에서 떨어진 공짜돈으로 우리 손주 과자 사주는 재미를 니가 알아?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툴툴거리며 걷기에 따라나서는 친구에게 한마디 더 날린다.
하루 종일 땅을 파 봐라. 단 돈 1원이라도 나오는지?
운동하고 돈 벌고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거야.
인터넷에서 본 기사가 떠오른다.
'불경기에 살기 힘든 젊은이들이 걷기 앱에서 용돈 벌어 통닭 사 먹는다.'
에이, 설마, 그까짓 돈 몇 푼 된다고 어느 세월에 모아 통닭까지나?
하면서도 요즘 힘든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경제 상황에 가슴이 무거웠다.
그런데, 내가 직접 체험해 보니 진짜 쏠쏠하다.
시간은 걷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어김없이 흘러 캐시가 적립되고 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돈과 함께 건강도 쌓이는 미라클을 왜 마다하겠는가.
한걸음이라도 더 걸어서 우리 손주들 입에 치킨 조각 물려줘야지.
워크캐시앱도 종류가 많고 다양해졌다.
동시에 다른 워크캐시앱과 함께 진행하면 적립금은 복리로 불어난다.
정말 이러다 걷기 해서 강남에 빌딩 하나 세우는 건 아닌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