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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정이 Jan 24. 2022

신혼부부 미니멀 라이프로 살기 5가지 원칙

나는 결혼할 때 가전/가구 비용으로 300만 원을 썼다. 신혼집을 구하지 않고 짝꿍이 살던 15평짜리 민간임대아파트에 살림을 합친 덕분이었다. 살던 집에 내 짐 약간을 들여와 신혼을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는 시작부터 미니멀 라이프였다. 가전 가구를 크게 살 것도 없었고(물론 자리도 없었다) 내 옷장과 350L짜리 2 도어 냉장고, 밥솥과 이불 한 채를 산 게 전부였다.


결혼 준비 때도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의 기준을 세워 예산을 많이 절약했다. 덕분에 결혼 후 세 달만에 전세를 낀 내 집 마련을 해서 올해 10월 이사를 앞두고 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에 내 집으로 이사를 가도 가치관을 유지할 생각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살면서 우리가 지키는 소소한 생활습관 5가지가 있다.


첫 번째, 장은 필요한 만큼만 (냉장고 지도 만들기)

우리는 결혼 2년 차 맞벌이 신혼부부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매일 요리를 하기가 어려워 내가 재택을 하는 주 2회와 주말은 꼭 요리를 하려고 노력한다. 귀찮은 걸 빼면 요리의 장점은 배달음식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면서 장은 가급적 동네 마트에서 그때그때 보려고 한다.

어느 기사에서 보니 대형마트를 가는 것보다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게 실제로 식비가 덜 든다고 한다. 대형마트에 가면 필요하지 않은 것도 구매하기 때문이다. 나도 신혼 초에 몇 번 경험하고 나서 동네 마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네상권을 이용하면서 느낀 점은 대형마트는 싼 게 아니라 편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농수산물에서 차이가 크다. 나도 기성품과 무거운 물건은 온라인 배송을 이용하는데 배송료를 맞추려고 이것저것 사게 되어서 가급적 한 달에 1~2번 정도만 이용한다.

또 다른 식비 절약 팁은 냉장고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장을 본 건 바로 소분해서 정리하고, 냉장고/냉동실에 뭐가 있는지 포스트잇에 써서 문에 붙여 놓는다. 이렇게 하면 썩히는 재료를 거의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한 식재료를 또 사는 것을 방지해준다. 장 볼 때마다 한두 줄 추가하는 거라 생각보다 간단하고 효과는 크다.


두 번째, 아무것도 없는 게 인테리어다.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 새집을 구하지 않아서 강제로 실천하게 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살수록 인테리어가 없는 게 인테리어라고 느끼고 있다. 모델하우나 인테리어 쇼룸을 구경하러 가면 우리 집과 같은 평형인데 공간이 훨씬 넓어보는 경험을 다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비밀은 단순하다. 쇼룸은 번잡스러운 생활용품 없이 딱 필요한 물건만 있다.

일본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기술>에 따르면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물건을 사서 그 물건들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고 한다.  물건을 사는 게 행복할 같지만 내가 물건에 치여 오히려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미니멀로 신혼집을 거의 비워두다 보니 청소할 게 없다. 사지 않으니 번거롭게 청소할 것도 없고, 물건이 적으니 공간을 넓게 사용할 있다. 결혼 전에는 나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귀여웠는데 지금은 과감하게 지나치는 결단력이 생겼다. 최적의 인테리어 효과는 '비움'이다.


세 번째, 당근마켓 활용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당근이지만 당근마켓의 취지만 보면 미니멀 라이프에 많은 도움이 된다. 몇 달 동안 잔짐을 줄일 목적으로 쓰지 않는 물건을 하나둘 당근했다. 작은 집에서 생각보다 안 쓰는 물건들이 많아 놀랐다.  당근마켓의 물건들을 보면 낡아서 판매하는 드물다. 선물 받았거나 샀는데 막상 손이 안 가서, 물건을 사서 예전 물건이 필요 없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 세계 9,0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김승호 대표는 <돈의 속성> 책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 1가지는 집에 있는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집 안의 모든 물건을 꺼내 정리하다 보면 알지도,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이 끝없이 나온다고 한다. 이런 삶의 때를 벗겨내지 않으면 부는 나를 찾아왔다가도 돌아간다.


우리도 6개월에 한 번씩 삶의 때를 벗겨내려고 노력한다. 집 전체를 정리해서 필요 없는 물건은 중고거래로 판매하고 소소하게 살림에 보탠다. 팔기가 어려운 의류/잡화는 기부한다. 작년 한 해 이렇게 기부한 물품은 30만 원이 훌쩍 넘어 연말정산 세액공제도 20% 받을 예정이다.


네 번째, 이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일까?

내 집 마련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물론 갚을 빚이 많다) 물욕이 많이 사라졌다. 결혼 전에는 철마다 구두와 옷을 매달 1~2개라도 꼭 쇼핑했다. 그러나 지금은 옷과 신발을 사지 않은지 세 달이 되었다. 쇼핑을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옷차림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철마다 샀던 옷과 구두는 돌이켜보면 신는 것만 신고 입는 것만 입었던 것 같다. 특히 액세서리류는 좋은 것 하나를 오래 착용하게 된다. 싼 맛에 샀던 것들은 한두 번 착용하면 손이 안 가고 금세 녹이 슨다. 그래서 이제는 물건을 살 때 정말 나에게 필요한 건지, 내 취향인지 한번 더 생각하고 구매하고 있다.  나이상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드는 물건들은 사지 않는다.


내 경우에는 자기 전 충동으로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장바구니에만 담아두었다가 다음날 출근하면서 삭제한다. 이성이 지배하는 아침에 만원 지하철에서 출근을 하고 있노라면 내 월급을 좀먹는 소비를 멀리하게 된다. 내가 회사에서 힘들게 번 돈을 가치 있게 쓰려고 지금도 소비습관을 다잡아 가고 있다.  


다섯 번째,  경험을 위한 소비하기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사람은 아끼고만은 살 수 없다. 소비가 계속 억눌려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야 하나 자괴감이 드는 때가 온다. 이때 마음이 무너지면 그동안 잘 해왔던 것이 무색하게 더 큰 충동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소비한 나에게 상을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부부는 분기에 1번은 꼭 여행을 간다. 평소 물질적인 소비를 아낀 돈으로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다. 꼭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근교 당일치기를 가거나 뮤지컬 같은 문화생활을 하기도 한다. 기념일에는 미리 찜해둔 근사한 식당을 갈 때도 있다. 여행도 값비싼 호캉스보다는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선호하고 다양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걸 더 좋아한다. 이렇게 물질이 아닌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를 할 때 더 행복하고 기억이 오래 남는다.


명품백을 사면 더 좋은 명품백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한동안은 만족하더라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더 좋은 물건, 새물건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경험에는 비교가 없다. 같은 곳을 가더라도 나의 경험과 추억은 나만의 것이기에 특별하다. 색이 지나도 바래지 않고 오랫동안 추억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다녀보고, 해보기로 했다. 물건에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먹고사는 부자로 사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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