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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정이 Feb 06. 2022

집을 사기 위해 결혼을 해야 한다

나와 짝꿍은 만난 지 1년 만인 서른 살에 결혼했다. 사람들이 종종 어린 나이에, 혹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냐고 묻는다. 짝꿍을 만나기 전 나는 결혼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짝꿍은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가치관을 바꿀 만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 2년 차인 지금, 나는 결혼은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은 평생 같이해도 좋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결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첫째, 집을 사기 위해서 결혼을 해야 한다.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지만 진지하게 결혼은 내 집을 마련할 좋은 기회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로 의식주를 배운다. 집은 인생에서 그만큼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우리는 미혼일 때 집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부모님 댁에 같이 살거나 내 한 몸만 건사하면 되므로 원룸이나 고시원에서 살아도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런데 결혼 생각, 혹은 준비를 하게 되면 집이 중요해진다. 사람은 자기가 직접 경험하지 않거나 그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저축해서 집 살 준비를 하라는 말은 미혼인 사람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다. 나도 결혼 전까지는 집에 관심이 없었다.


내 주변에 2017~2020년 사이 결혼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대부분 집을 샀다. 혹은 집을 사지 않았더라도 내 집 마련에 관심을 갖고 청약이든 부동산이든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미혼인 사람들은 부동산 이야기를 해도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자산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생각하면 집에 하루라도 빨리 관심을 갖는 게 얼마나 결정적인지 수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결혼을 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과제 하나인 고민을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하는 것이 좋다. 집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초적인 의식주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인생에서 중요하다.


둘째, 결혼을 하면 인생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다. 이는 집에 관심이 생기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람은 목표나 계획이 있어야 거기에 맞게 움직이고 행동하면서 버틸 수 있다. 나와 짝꿍은 미혼일 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막연한 계획은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지 세부적인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 혹시 결혼을 해서 내 상황이 바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기면 향후 가야 할 길이 명확해진다.

부부가 돈을 합쳐 대출을 끼고 내 집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향후 지출할 현금흐름이 확실해지고 각자 월급에 따른 현 급유 입도 정해진다. 언제까지 돈을 얼마나 갚을지, 언제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갈지, 부부 노후대비는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렇게 계획이 구체화되면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 구체적 인생계획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번아웃을 극복하게 도와준다.


나는 사람이 인생을 살아갈 때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가 불안함과 막연함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어릴 때는 경험이 적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인생계획을 구체화하다 보면 인생에서 막연한 불안감이 많이 사라진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렸다면 이제는 미약하나마 뿌리를 내린 느낌이다. 그리고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함께 헤처 나갈 수 있는 짝꿍이 있다는 것이 매우 든든하다.

물론 이 모든 전제는 결혼을 결심할 만큼 사랑하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없는데 아무나랑 결혼을 하라던지, 시기에 쫓겨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비혼이거나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꿀 생각도 없다. 다만 내가 확실한 비혼주의가 아니라면, 같이 미래를 그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비혼보다는 결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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