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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정이 Jan 20. 2022

결혼할 때 하지 않기를 잘한 5가지

 작년 11월, 결혼한 지 1주년이 되었다. 비혼 주의에 가까웠던 내가 만난 지 3개월 만에 프러포즈를 받고 1년 만에 결혼을 하기까지 돌이켜 보면 정말 시간의 흐름이 순간이다.


가끔 어떻게 그렇게 빨리 결혼을 결심했는지 질문을 종종 받고는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결국 도달하는 결론은 하나, 결혼에 대한 나와 짝꿍의 가치관이 맞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혼할 때 2가지 다짐을 했다.

첫째, '결혼식'을 위한 결혼이 아니라 오래오래 행복할 진짜 결혼을 하자!

둘째, 우리는 항상 같은 편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이지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다 해서, 일생에 하루뿐인 날이라서 하는 것들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그리고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만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텐데 결혼을 결심한 첫 마음을 잊지 않기로 했다.


우리 둘만큼은 같은 편으로 하나의 목표로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기로 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결혼할 때 하지 않기를 잘했던 5가지에 대한 기록이다.


첫째, 예단 예물

흔히들 결혼할 때 여자는 가방 남자는 시계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우리는 둘 다 명품에 관심이 없었고 소비 가치관도 비슷해 처음부터 예단 예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결혼 준비를 양가 지원 없이 온전히 우리 힘으로 하다 보니 예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부모님들이 지원해주는 주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러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지원이 당연한 것도 아니고, 도움을 받는 순간 부부만의 의지로 결정할 수 없는 일들도 생기기 마련이므로 우리의 힘으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다른 걸 생략해서 결혼반지만큼은 오랜 백화점 투어 끝에 서로에게 좋은 걸로 사주고 지금도 매일 착용한다. 이와 별개로 짝꿍이 깜짝 프러포즈를 하면서 다이아 반지를 선물해주어서 예물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도 전혀 없다.


다른 무엇보다 나의 반지가 예쁘고 짝꿍이 나 몰래 프로포를 준비하고 반지를 끼워준 그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리고 예단 예물을 생략하여 아낀 돈을 내 집 마련에 보탰고, 다시 생각해도 결혼 준비 중 가장 잘한 결정이다.


둘째, 드레스 추가금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웨딩업계의 상술을 마주할 때가 많다. 그중 가장 큰 게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라고 생각한다. 결혼식 당일에 입을 본식 드레스를 고를 때 보통 4벌 가량을 입어보고 결정하는데 샵에서 보여주는 드레스가 갈수록 예뻐진다.


그리고 마지막은 틀림없이 얼마 전에 나온 신상 드레스다. 신상 드레스를 입은 나의 모습과 하객들의 찬사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노라면 샵 직원이 추가금액이 50만 원밖에 안 하는 프리미엄 라인이라고 속삭인다.

분명 평소라면 고민할 큰돈인데 결혼을 준비할 때는 인생의 최대 소비를 단기간에 하는 시기라 백만 원 단위가 우스워진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하객들은 신부의 드레스를 기억하지 못한다. 신상과 비교하지 않으면 앞서 본 드레스도 사실 매우 예쁘다.


나는 결혼식장에서 예쁘지 않은 신부와 드레스를 본 적이 없다. 30분밖에 되지 않는 결혼식에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라는 생각이 들어 슈즈도 샵에서 빌렸다. 12cm나 돼서 걷기도 힘든 슈즈는 결혼식이 끝나면 정말 아무 데도 신을 데가 없다.


셋째, 스튜디오 추가금

나는 스튜디오 촬영이 재밌었고 결과물도 좋아서 사진 촬영 자체는 추천한다. 다만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금은 정중히 사양했다. 스튜디오마다 상이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원본사진 20컷 + 대형 액자 하나를 제공한다. 하루 종일 찍은 예쁜 사진을 20장만 고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 보통 추가금을 내고 앨범 페이지를 늘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게 장당 3~5만 원 수준이다. 기본 액자도 촌스러워서 아크릴 변경 등 옵션을 선택하면 순식간에 추가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웨딩카페에 보면 스튜디오 추가금을 100만 원 이상 결제했다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발품을 팔아 알아보면 따로 보정을 하고 앨범을 만드는 게 1/10 가격으로 가능하다. 나도 스튜디오는 기본 앨범만 받고 따로 검색해서 포토테이블과 추가 앨범 30장까지 10만 원선에서 해결했다. 웨딩이나 인테리어처럼 살면서 처음 경험해보는 분야일수록 가격에 거품이 끼는 경우가 많다. 정보력을 조금만 투자해 찾아보면 소중한 내 돈을 지킬 수 있다.  


넷째, 식기세트

결혼 준비의 재미 중 하나가 예쁜 그릇과 나만의 주방용품을 장만하는 일이다. 신혼부부를 겨냥한 6인 홈세트와 종류별 냄비 등을 패키지로 한 할인율을 보면 안 사는 게 손해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쓰는 그릇만 쓴다.

많은 식기를 사는 이유가 예기치 않은 손님의 방문이나 집들이인데 이런 이벤트는 보통 1년에 3~4번 꼴이다. 잡지에 나오는 멋진 플레이팅과 각종 요리들을 섭렵할 것 같지만 실상 바쁜 맞벌이는 설거지하기 좋은 몇 그릇에만 손이 간다.

단품 구매가 비싸지도 않다. 백화점 브랜드데이를 노리면 세트가 아니어도 최대 50% 할인가로 구매가 가능하다.


나도 백화점 브랜드 위크 때 덴비 2세트씩, 르쿠르제 웍 2개만 세일가로 구매했고 지금도 매우 만족하며 사용한다. 예쁜 그릇은 계속 나오고 취향도 변하므로 무리하게 세트 구매를 하지 않고 필요한 그릇만 서너 개씩 단품으로 사는 게 합리적이다.


다섯째, 한복 구매

한복은 보통 스튜디오 촬영 때, 결혼식 당일 폐백 혹은 연회장을 돌 때로 총 2번을 입는다. 요즘은 한복 컷을 안 찍거나 폐백 없이 연회장에서 원피스를 입는 경우도 많아 아예 한복을 생략하기도 한다. 우리는 스튜디오 촬영도 하고 폐백도 해서 한복이 필요했다. 그리고 한복을 2번 입지만 구매하지 않고 대여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 한 결정이다.

한복집이 교묘하게 2번 대여 시 구매와 큰 차이가 없게 가격을 책정해 두는데 이건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이다. 신부한복은 누가 봐도 새색시 한복이어서 나중에 형제자매 결혼식 때 입기가 어렵다. 지나고 보면 촌스럽거나 변색 등 보관도 까다로우므로 결혼 때 구매하지 말고 추후 상황에 따라 예쁜 한복을 대여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같은 맥락으로 양가 어머님도 대여로 했고 두 분 모두 만족하셨다.


결혼은 일생에 한번뿐이라는 보상심리로 평소보다 과감한 지출을 하기 쉽다. 그러나 결혼식은 1시간이고 카드값은 뼈에 남는다. 간소화하되 부족함 없이 준비하고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에 더 투자해도 좋다.


나 또한 과감하게 지출해서 만족스러운 것들도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결혼은 결혼식 이후에 진짜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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