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정이 Jan 27. 2022

월급의 70%를 저축하는 맞벌이부부 3가지 원칙

회사에서 연말정산 신고를 마쳤다. 나와 짝꿍의 2021년 지출을 총 결산한 결과 3,600만 원을 썼다. 부부 세후 연봉의 약 1/4을 지출했고 저축률 70% 이상을 유지했다. 지출 금액만 보면 적게 쓴 건 아니었지만 벌이 대비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


한 해 결산을 안 하는 기업은 없다. 그런데 가계는 결산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새해 예산을 세우는 일의 시작은 지난해 결산을 하는 것이다. 돈을 잘 모으고 싶다면 작년 한 해 내가 얼마나, 어느 항목에 돈을 썼는지 결산해봐야 한다. 저축의 첫걸음은 나의 소비를 파악하는 일이다.


첫 번째, 돈 관리는 한 명이 하기

짝꿍과 나는 동갑내기 결혼 2년 차다. 우리는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서로 모은 돈을 시원하게 공개했다. 현재 재무상태와 월급을 알고 나니 결혼 준비, 내 집 마련까지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게 가능했다. 지금도 재무상태표를 작성해서 한 달에 1번 부부가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돈은 짝꿍이 관리한다.

결혼 전 짝꿍이 돈 관리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경제권은 여자가 가져야 한다, 비상금이라도 있어야지 어떻게 믿고 맡기냐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경제권을 넘긴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 관리를 한 명이 할 뿐이지 경제권은 부부 둘 다에게 있다. 그리고 돈 관리는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다.


돈을 내가 관리하면 좋을 것 같지만 쉽지 않다. 매달 정해진 월급에서 고정지출, 변동지출, 저축액을 정하면 눈먼 돈이 새어나갈 틈이 없다. 오히려 노동(?)은 짝꿍이 해 주고 나는 결과를 보고 받기만 하니 편하다.


부부가 서로를 신뢰하고 월급과 모은 돈을 공개했다면, 돈 관리를 한 명이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 달에 1번 지출을 정산하는 시간을 통해 미래 계획을 공유하면 부부 사이도 더 돈독해진다. 부부는 공통의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든든한 동지다.


두 번째, 월 현금흐름 파악하기

월 현금흐름을 아는 것은 가계부를 하나하나 쓰라는 말이 아니다. 콩나물을 얼마에 샀는지 쓰는 것과 저축률은 크게 상관이 없다. 생활비를 50만 원으로 배정했으면 그 안에서 무얼 샀는지는 잊어버려도 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계부를 10원 단위까지 쓰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가계부는 예산을 배정하고, 그 예산 안에서 사용했는지 점검한 후 개선점을 찾아나가는데 의미가 있다.  

우리는 매달 현금흐름표, 재무상태표를 기록한다. 크게 현금유입과 유출 2가지로 분류한 후, 세부적으로 월급, 부부 용돈, 변동지출(생활비 등), 고정지출(보험료, 통신비 등)로 나눈다. 미리 이렇게 항목별로 예산을 배정해 두고 말일에 예산 대비 얼마를 지출했는지 체크한다. 우리는 방법으로 가계부를 세세하게 기록하지 않고도 2021년 월급의 70%를 저축할 있었다.


어쩌다 생활비를 초과했다고 포기하지 말자. 생활비가 늘었으면 그만큼 다른 항목에서 절약하면 된다. 나도 생활비를 예상보다 초과해서 쓸 것 같은 달은 부부 용돈을 조금 아낀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총지출액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가급적 항목별 예산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정부 예산도 부처별로 쓰임새가 있다. 국가도 예산을 무분별하게 넘나들지 않는 것처럼 가계 경제도 동일하다. 항목별 예산을 지키려고 노력하되 큰 숲(총 지출액)에서 예산이 맞으면 작은 나무(개별 지출항목)에 연연해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


세 번째, 레버리지 현명하게 사용하기

흔히들 레버리지 = 빚 =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감당할 수 있는 부채는 오히려 저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업이 일정량의 부채를 가지고 있으면 전문 경영인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주인-대리인 문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 경영인이 부채에 부담을 느껴 당장 화려해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도 유사하다. 적당량의 빚은 삶에 긴장감을 주고 불필요한 소비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부부도 내 집 마련을 할 때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했고, 매달 대출을 갚기 위해 더 알뜰하게 생활한다. 그리고 이 빚은 사라지는 돈이 아니다. 내 집을 현관에서부터 한 칸씩 늘리는 과정이다.


지나친 부채는 경계해야 하지만 레버리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도 경제적 자유에 더 빠르게 다가서는 방법이다. 나의 넘치는 여유(?)로 저축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