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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가써니 Jul 30. 2024

강아지 엄마 = 아이 엄마(?)

강아지를 키우듯 아이를 키우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백화점에서 판매사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9시까지는 출근을 해서 매장 준비를 하거나 정비하고 가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런 나에게는 강아지 한 마리가 나의 아이로 존재하고 있다


: 루이! 너 일루안와 하네스를 입어야 유치원에 갈 거 아니야, 엄마 출근시간 다되 간단 말이야


아침마다 전쟁이다. 산책 갈 때마다 자기 잡아보라고 온 집을 뛰어다니는 탓에 아침마다 이 작은 강아지를 잡으러 다니기 바쁘다 작은 포메라니안 이름 루이 3세다. 내가 데려와서 키우기 시작한 아이는 아니고 둘째 동생이 외롭다며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 하나라 데려온 것이었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주인의 시간과 정성이 많이 필요한 아이다 둘째는 경리팀에 있었고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 8시에 출근하여 야근 끝내고 집에 오는 시간이 밤 11시. 그동안 혼자 있던 루이는 둘째가 집에 오면 산책 가자고 놀아달라고 했고 둘째는 그게 스트레스라며 방안에 방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들이 그건 동물학대라며 강아지를 키워본 첫째에게 보내라는 결론을 내렸고 2년 전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다시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는 나에게 루이가 맡겨진 것이다. 같이 살면서 애가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  2.5kg - 3.2kg가 되어버렸다


출근시간이 9시일 때면 적어도 7시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했다면 루이가 온 뒤에는 6시 반에는 일어나 일하는 동안 혼자 있어야 할 루이를 위해 아침산책을 해야 했고 일이 끝나면 오자마자 기다렸을 테니까 오후산책을 했다. 그러나 빨간 날이 많은 행사달에는 8시에도 퇴근할 때가 있는데 시간이 늦어질수록 루이걱정에 동동거리다가 달려오기 바빴다. 일이 많아질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걱정이 돼서 강아지 유치원을 알아보았고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 강아지들도 많고 선생님들이 프로그램으로 (아침놀이, 식사시간, 산책시간, 간식시간, 오후놀이) 친구들 생일파티도 해준다니 아주완벽한 학습들이었다 여기 보내면 무조건 밤에는 자겠구나 라는 생각에 한 달에 30만 원을 투자해 가며 루이를 맡긴 것이다.  


: 루이 유치원에서 놀고 있다고 사진 오는데 마치 애 키우는 것도 똑같겠죠

: 애 키우는 건 개를 키우는 것과는 달라요 설마 같다 생각하는 거 아니시죠??


주부사원의 말이 뼈를 때리는 것 같았다. 그래, 나는 이렇게 아이도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차피 이것도 육아, 육아는 같은 의미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 아이는 인격과 자아의 성장도 포함되는 것인데 강아지와 같다고 느끼며 나는 일하고 일하는 동안 아이는 유치원에 보내면 되지 가 전부라고 생각한 내가 그러니까 결혼이란 생각이 쉬웠는지도 모르지..


: 아이 낳을 거야?

: 아니 난 애 못 키워

: 왜? 돈 때문에?

: 돈도 돈인데 나는 내 몸하나 키우는 것도 힘든데 애기를 어떻게 생각하니 결혼은 언젠가 하면 되겠지 인데 사실 애는 모르겠다


친구들의 말은 대부분 이러하였고 사실 20대 후반 내 친구들은 무직인 경우가 많았다 처음부터 무직이던 애는 아니었고 일을 하다가 잠깐 쉰다는 게 계속 쉬게 되는 경우나 회사가 망해서 실업하게 된 경우였다

알바라도 하면서 지내기를 권했으나 몸이 아파서라고 하더니 시간이 흐르자 사람과 만나는 게 어려워져서 라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대부분의 생활은 그래도 나라에서 나오는 생계비를 가지고 지내는 애들과 실업급여로 지내는 친구들은 국비로 학원을 다니며 준비기간을 가지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며 운동도 하는 직장동료들은 다들 연애는 ok, 결혼은 글쎄.

연애는 내 돈과 자유가 보장되지만 결혼은 내 재산을 나눠가짐과 동시에 자유도 반납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래도 다들 언젠간 하긴 할 거라고 말들 하는 게 결혼이 금융상품이었다면 상품성 있지 않을까 20살이 되면 자율적으로 결혼 10년 상품, 결혼 20년 상품에 가입을 하고, 만기 기간이 맞는 사람끼리 만나 소개팅을 하여 결혼상대를 찾고 만기 기간에 맞춰 결혼을 준비하고 만약 중간에 아이가 생기면 5% 추가 금리적용 와우.


남자친구와 부모님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는 시점부터 이미 집안에서 결혼시기에 대해 의논이 오가기 시작했고 우리도 그냥 자연스럽게 결혼할 사이지만 천천히 준비하면 되는 사람들이 되어있었다 지난 시간 결혼이라는 걸 위해 지나가는 인연들에게 그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던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서로의 상황이 맞아떨어지니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였다


: 내가 지금은 혼자라서 그렇게 하지만 결혼해서도 지금처럼 하루 10시간 근무를 하고 쉬는 날에도 회사가 부르면 바로 출근하고 법정공휴일은 전부 매출이 좋을 때니까 출근해야 한다 하면 지운 씨는 이해할 수 있어요?


: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나는 동의하겠죠?


: 그럼 아이들은 이해해 줄까요.. 엄마가 오늘은 크리스마스라서 정말 중요한날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아빠랑 놀아 엄마는 출근할 거야 라고 하면 우리의 아이는 이해해줄까요


: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내가 잘 볼 건데, 당장 일어날 일이 아니에요 미리 걱정하지 말아요



당장 일어날 일이 아니라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나에겐 서운함을 안겨줬다 물론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겠지만 일을 좋아하는 나에겐 지금 가장 혼란을 안겨주는 고민 중에 하나였으니까   

 회사에서 남자가 결혼을 한다 하면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기 때문에 일을 해야만 할 거다라고 믿고 더 많은 일을 주고 기회를 주려했다 그러나 여자가 결혼을 한다 하면 집에서 쉬려 할 수도 있고 언제 아이가 생길지 모르니까 일과 기회를 머뭇거리는걸 관리자가 되며 직접적으로 보고 느껴온 것이다


: 그럼 혹시 아이를 낳으면 어머니께서 함께 봐주실까요


: 엄마는 당연히 봐줘야죠 우리가 일을 하는데


: 그걸 너무 당연하게 해야 한다고 표현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만약 원하시지 않는다면 미래를 대비해서 방법을 찾아야 해요 우리 회사에서는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니에요 현장직인만큼 인원도 부족해서 내가 육아휴직으로 빠지면 대체할 인원이 없어서 대안이 없을 텐데


: 육아 휴직은, 회사를 다니는 직원이라면 아이가 생겼을 때 당연히 써야 하는 제도예요 회사가 돈 내는 것도 아닌데 그냥 당당하게 쓰면 되는 거라고요 만약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면 그 이후는 회사가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 거지 회사 입장까지 고민하면 설이 씨만 힘들어요


 맞아 나는 당연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성향도 있었다 아이를 가졌는데 회사에서 육아휴직 안됩니다 할리도 없었고 어쩌면 회사에서도 상황을 의논하면 얼마든지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해 줄 거였다 그러나 육아는 육아휴직 하나로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육아휴직하는 동안 내가 키웠는데 복직하려 하니 막상 봐줄 사람이 없어서 복직이 불가해진다면..


: 그땐 변수예요 육아휴직만 쓰고 퇴사하면 되죠 그래도 회사에선 손해 보진 않을 텐데요


: 지금 나는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생각과 어쩌면 포기해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대립돼서 혼란스러운데 퇴사를 하면 된다고 요? 육아휴직은 내가 그 기간이 지나면 회사로 돌아올걸 약속한 거잖아요 그렇게 약속한 부분을 지키지 못했을 때 내가 가질 자책과 좌절감은 나 혼자 감당할 감정이에요?


그 이후에 우리는 대화가 없었는데 이렇게 의견이 대립되는 때에는 그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을 했고 내성향을 잘 아는 듯 자신이 잘못한 부분과 내가 서운했던 그 감정을 아주 구체적인 문장으로 표현하며 사과를 해주었다 그가 그렇게 먼저 말해줄 때면 사과도 용기다라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그 부분을 문제 삼지 않고 넘겼다

 서비스직을 하며 이 직업을 사랑했다 일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던 나는 아이를 낳게 되면 몸도 달라지는 만큼 달라진 모습으로 유니폼을 입고 거울을 볼 때, 쉰만큼 일을 놓았기에 뒤쳐지는 나를 마주할 때 그 모든 순간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두려웠던 것이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주부 사원들 가정이 있는 상사들의 여러 가지 애기를 많이 들으며 조언을 받았다

'지금 네가 쓰는 돈 너를 위해 쓰지? 아기 낳으면 명품? 내 옷하나 사는 것도 아까워질때가와 그러니까 살 수 있을 때 사놔라' ' 지금 마르고 몸매도 이쁘잖아 근데 아기 낳으면 팔뚝에 살이 그렇게 붙더라.. 몸매가 많이 변하더라고 저기 봐봐 아이랑 있는 여자랑 딱 봐도 미혼인여자 서로 몸매가 다른 거 눈에 보이지 아이를 낳으면 거울 속에 나를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 아줌마구나 느껴질 만큼'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지금의 내 모습이 지금과 다르게 변해있다고 해도 그런 나의 모습과 마주했을 때 그 모습도 사랑할 용기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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