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조금 쑥스럽고, 조금 웃긴 이야기다.
내 신발이 나에게 전하는 비밀 메시지
문득 그런 상상을 해본다. 매일 신고 다니는 신발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아침마다 무심코 꺼내 신는 그 신발들이, 사실은 내 하루를 다 기억하고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조금 쑥스럽고, 조금 웃긴 이야기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상상하는 순간부터 내 신발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 신은 운동화를 꺼낼 때마다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늘어지고 닳은 밑창, 가끔은 터진 옆선.
하지만 그 신발은 내가 가장 자주 찾는 신발이기도 하다. 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그 신발이 나에게 말을 건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너, 요즘 너무 무거워. 네 발걸음에 힘이 없어.”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순간 멈춰 서서, 내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무거운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신발은 내 몸을 지탱하지만, 어쩌면 내 감정도 함께 짊어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처음 산 구두는 늘 같은 길만 간다. 회사, 약속, 회식, 또 회사.
딱딱한 바닥에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걷는 구두는, 내 표정을 따라 걷는 듯하다.
정해진 길, 정해진 목적지. 조금의 틈도 없이.
하지만 그 구두가 말을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가끔은 딴 길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정해지지 않은 곳엔 뜻밖의 풍경이 있어.”
사실 나도 안다. 마음 한켠엔 늘 딴 길로 걷고 싶은 충동이 있다는 걸.
그걸 가장 먼저 아는 존재는, 어쩌면 발밑의 신발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내 하루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존재를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내 신발’이라 말할 것이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바닥을 단단히 디뎌주고, 내가 기쁠 때도 서둘러 발맞춰 달려주는 존재.
말이 없어서 다행이면서도, 가끔은 정말 한마디쯤 들어보고 싶은 친구.
“오늘 넌 좀 괜찮았어.”
“이 길, 너한텐 맞는 길이야.”
그렇게 말해줄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더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여행길엔 어떤 신발을 신고 갈까
가끔은 새 신발을 사면서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 신발은 어떤 곳을 함께 가게 될까?’
어떤 날은 비에 젖고, 어떤 날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또 어떤 날은 뛸 듯이 기쁜 날을 함께 걷겠지.
내가 걷는 모든 길에는 늘 누군가가 함께였다는 것.
그걸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단단해진다.
나는 오늘도 내 신발을 꺼내 신고 문을 나선다.
어쩌면 오늘도, 이 신발은 말없이 나에게 또 하나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잘 걸었다,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