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처럼 천천히
며칠을 앓았다.
감기처럼 시작된 마음의 열이
이제는 이름도 모르게 내 안을 썩혔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조차
말이 되지 않을 만큼
그냥,
그냥이라는 말만 속에서 떠돌았다.
사람들은 괜찮냐고 묻지만
나는 점점 흙처럼 가라앉았고
숨은 차가운 물속에서 쉰 듯 무거웠다.
그러다 어느 날,
창가에 놓인 식물이
조용히 새 잎을 틔운 것을 봤다.
말도 없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시간이 흘렀다고
햇빛이 닿았다고
그저 그것만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빛을 향해 고개를 들고
물을 마시고
가끔 멍하니 서 있는 시간을 허락해 줬다.
무언가를 잘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아도
나는 지금
조금씩
식물처럼 천천히
살아내고 있다.
-현대시의 흐름인 자기 고백적 서사와 감정의 복원을 담아, 산문시 형식으로 자작 시를 써봤습니다.
우울과 번아웃을 지나 천천히 살아내는 회복의 과정을 식물에 빗대어 풀어내 수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