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삶풀이'

일상에 철학을, 철학을 일상에 30

by 신아연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기록해 둬야 해. 꿈에서 깨면 밥풀처럼 생각이 흩어져 버리니까.”


꿈속에서 꿈을 꿨다. 소설로 만들면 좋을 법한 어떤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하는 꿈이었다. 다섯 시 알람에 맞춰 꿈속에서 꿈을 깨고 다시 한 번 그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는 사이 소설의 기둥 줄거리가 될 수도 있었을 꿈속의 꿈 내용은 밥풀처럼 흩어졌다. 로또 당첨 번호가 꿈에서 계시될세라 머리맡에 종이와 볼펜을 항상 놓아두고 자는 사람이 있다더니, 나도 그렇게 해 둘 것을.


지난밤뿐 아니라 나는 글에 관련된 꿈을 자주 꾼다. 깨어있을 때 모습 그대로 꿈에서도 계속 글을 쓰고 있거나, 컴퓨터 자판을 잘 못 눌러 일껏 써 놓은 글을 몽땅 날리는 꿈, 재능 없음에 괴로워하는 꿈 등, 묵묵히 견뎌내고, 내밀히 소망하며, 착찹히 절망한다는 점에서는 꿈과 현실의 차이가 없다.


엊그제, 그만 글을 접고 청소부나 되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들었다. 지금 내 건강상태로는 하던 청소 일도 쉬어야 할 판에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다냐. 하긴 ‘글이 밥 먹여주지 않을 바에야 김밥이나 말라’는 소리도 들어봤지만.

같은 날, ‘삶이 곧 글인 분, 그러니 건강관리 잘 하라’는 격려를 받았다. 그래, 내 글이 예술이 아니어도 좋다. 청소를 하든, 김밥을 말든 진솔하고 정직한 ‘삶풀이’면 족하다. 내게 글을 쓰지 말라는 말은 죽으라는 소리와 같으니.


나는 요즘 『펄벅평전』을 읽고 있는데, 펄벅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

“나는 예술이 어떤 것이라고 정의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삶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며, 소설 속에서 둘 다를 가질 수 없다면 예술보다는 삶을 갖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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