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육부가 짝을 짓다
알림: 오늘 공부할 내용은 <금궤진언론> 마지막에 있는 글입니다. 처음에는 이 글이 다른 판본에는 없고 석곡 선생의 현토본에만 있어서 강독에서 제외했었는데, 토요일 아침 오프라인 강독 시간에 여러 선생님들께서 요청하셔서 허겁지겁 준비해서 올립니다. 읽어보니 재미 있는 부분이 많네요. 강독 초반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한의학에 문외한입니다. 한의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한의학 강의를 들으며 레포트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황제내경》 읽기를 준비합니다. 틈틈이 짬을 내어 공부하느라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배우는 재미가 솔솔하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앞으로도 귀를 기울여 주세요. 감사합니다. 2024년 10월 2일 경희대 앞 찻집 녹원에서 꽁푸 올림.
《황제내경》 <영추(靈樞)>에 이르기를,1 “폐는 대장과 합하니,2 대장은 <음식물의 찌꺼기를> 전달하여 <바깥으로> 이끌어3 <배설하는> 곳집4입니다. 심장은 소장과 합하니, 소장은 <음식물을> 받아서 담는 곳집입니다.5 간은 담과 합하니,6 담은 중정(中正)을 지키는 곳집입니다.7 비는 위와 합하니, 위는 오곡을 담는 곳집입니다. 신장은 방광과 합하니, 방광은 진액을 담는 곳집입니다. 소음은 신장에 속하고, 신장은 위로 폐와 연결되니,8 그러므로 두 장기를 거느립니다. 삼초는 도랑이 흐르는 곳집이니, 물길[水道]이 여기에서 나오고,9 방광으로 이어지는데, <짝이 없는> 외쪽 곳집입니다. 이것이 육부가 함께 합하는 것입니다.
靈樞曰: 肺合大腸, 大腸者傳道之府. 心合小腸, 小腸者受盛之府. 肝合膽, 膽者中正之府. 脾合胃, 胃者五穀之府. 腎合膀胱, 膀胱者津液之府. 少陰屬腎, 腎上連肺, 故將兩藏. 三焦者中瀆之府, 水道出焉, 屬膀胱, 是孤之府也. 是六府之所與合者也.
1. 《황제내경》 <영추 본수편(本輸篇)>이다. 이 단락은 다른 《황제내경》 판본에는 보이지 않는다. 석곡 선생의 현토본에만 있다.
2. 《황제내경》 <영추>에 “오장은 정신과 기혈 그리고 혼백을 간직합니다. 육부는 수곡을 변화시켜 진액을 흐르게 합니다.[五臟者, 所以藏精神血氣魂魄者也. 六府者, 所以化水穀而行津液者也.]”라고 했다.
《황제내경》 <소문(素問) 영란비전론(靈蘭秘典論)>에 “이른바 오장이란 것은 정(精)과 기(氣)를 간직하지만 배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득 차 있지만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육부라는 것은 <수곡을> 전달하여 물질[대변]로 화하지만 간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채워지기는 하지만 가득 차 있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수곡이 입에 들어가면 위는 채워지지만 장은 비고, 음식물이 내려가면 장은 채워지지만 위가 비기 때문입니다.[所謂五藏者, 藏精氣而不瀉者也. 故滿而不能實也. 六府者, 傳化物而不藏. 故實而不能滿也. 所以然者, 水穀入口則胃實而腸虛, 食下則腸實而胃虛.]”라고 했다.
음에 속하는 장(臟)인 폐와 표리를 이루는 양에 속하는 부(腑)는 대장이다. 가을과 연결되는 이 두 장부는 경맥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대장은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의 찌꺼기를 대변으로 화(化)하여 바깥으로 배출시킨다.
3. 전할 전(傳). 길 도(道) 자에는 ‘이끌다, 인도하다’[導]는 뜻이 있다. 대장은 음식물의 찌꺼기를 전하여 바깥으로 이끌어 배출하는 부(腑)이다.
4. 마을 부(府) 자에는 ‘사물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 있다. 府와 腑. 우리 몸의 부(腑)는 음식물을 바깥으로 배설하는 역할을 한다. 곳집[府]은 곡식을 잠시 보관했다가 내보는 곳이다. 우리 몸의 부 또한 음식물을 잠시 보관했다가 바깥으로 내보낸다.
5. 소장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부(腑)이다. 성할 성(盛) 자는 원래 그릇[皿]에 과일이 가득 담아져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글자이다. 여기서는 ‘담다’는 의미로 쓰인다. 심장과 소장은 여름과 연결된다.
6. 봄과 연결되어 있는 간과 담은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간담상조(肝膽相照)’라는 말이 있다.
7. 우리는 ‘담력을 기르다’, ’대담(大膽)하다’, ‘담이 크다[膽大]’는 표현을 자주 쓴다. 담은 담즙을 저장, 배설하여 소화기능을 보조하고, 결단을 주관하는 부이다. 담은 공포와 같은 좋지 못한 정신적 자극을 해소하여 기혈의 정상적인 운행을 유지하고 통제함으로써 장기(臟器) 상호 간의 협조 관계를 확보하는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담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정지관(中正之官)’에 비유한다.
《황제내경》 <소문(素問) 영란비전론(靈蘭秘典論)>에 “담은 중정의 관인데, 결단이 여기에서 나온다.[膽者, 中正之官, 決斷出焉.]”라고 했다. 결(決) 자는 제방에 물길을 터서 물이 나아가게 함을 뜻하는 글자이다. 한의학에서는 ‘안에서 억울하게 눌려 있는 정신상태가 계속 되면 담을 허하게 하며, 이는 담즙이 울체되어 제 때에 퍼지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그렇게 울체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가지 못하고 역류해서 혈액의 운행을 타고 스며들게 된다’고 한다. 담과 담즙의 작용을 물의 흐름에 비유한다면, 적절한 때에 둑의 문을 열고 닫으면 물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담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했다가 음식물 가운데 지방산이 소장에 들어오면 분비되어 십이지장으로 들어가서 지방산의 소화를 돕는다. 담은 막힌 제방을 뚫어 물길을 터놓듯이 담즙을 분비할 때를 ‘결단’한다.
8. 신장과 폐는 겨울과 연결된다.
9. 삼초는 우리 몸의 수액이 흐르는 통로이다. 몸에서 기와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음식물을 소화시켜 영양 물질을 온 몸에 운반하며 물길[水道]이 잘 통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생명 활동에 필요한 유효성분들인 기·혈·진액들을 온 몸에 순환시켜서 유기체를 영양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오장 육부를 비롯한 각 장기 계통들은 삼초를 통하여 영양 물질을 받게 된다. 또한 삼초는 수분 대사에도 참가하며 몸에서 생기는 쓸모 없는 물질들과 수분을 소변이나 대변으로 나가게 하는 기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