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나오다 하늘을 올려다본 날
감기가 나를 잠식하고 있다.
저번 주부터 아팠던 목은
나을 듯 말 듯,
마치 나를 놀리는 것처럼
증상만 바꾼 채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장 병원에 가기도 애매했고,
병원까지 가는 길과
거기서 기다릴 시간을 떠올리면
차라리 약국 약으로 버텨볼까 싶었다.
그렇게 3일이 지났다.
더는 안 되겠어서
고민 끝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평일 저녁이니
사람은 많지 않겠지,
빨리 약만 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유리문 너머로
수많은 대기 인원이 보였다.
당황스러웠다.
갈 때마다 한산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대기표를 뽑으려 했지만
기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내 앞에 있던 남자가
대기 마감이냐고 물었고,
간호사는 인상 쓴 얼굴로 말없이 있다가
기계를 손본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돌아갔다.
아이들과 함께 온 보호자들이 많았고,
의사 한 명당 대기 인원은
이미 열 명을 훌쩍 넘겼다.
번호표를 뽑긴 했지만
이게 무슨 소용일까 싶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병원을 나왔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향하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아, 택시비 아깝다.
괜히 택시를 탔네.
조금 더 집에서 버틸걸.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미래는
아무리 고민하고 예측해도
내 마음 같지는 않다는 것.
이왕 나온 김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금 더 산책을 했다.
오늘의 하늘색은
오늘만 볼 수 있으니까.
_
스물두 번째,
오늘을 버티게 한 온도는
‘오늘의 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