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깊은 밤 버스 안에서

by 일도

깊은 밤, 버스 안에서


여수에서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 일도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창밖 풍경은 점차 들판과 산으로 바뀌어갔지만, 그의 가슴속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세상엔 사랑이 없다.”


그 단순하고 냉담한 결론이 그의 머릿속에 또렷이 떠올랐다.

그는 살아오며 인간의 민낯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작은 이익 앞에서 스스럼없이 진심을 버리고, 남을 속이고,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사람들.


하지만—

그 자신도 과연 다를까?


그 질문이 더 깊은 괴로움으로 그를 짓눌렀다.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사랑은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롭다.”


버스가 커브를 돌 때마다, 그의 내면도 흔들렸다.

심장이 요동쳤다. 손끝은 싸늘해졌다.

자신의 존재마저 흔들리는 감각.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는 몇 번이고 그 끝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죽으면 모든 게 사라진다.

흙으로 돌아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영원히, 다시는. 이 삶을. 느낄 수 없다.


“내가 죽으면… 백 년이 지나고, 천 년이 지나고, 만 년이 지나고…

영원히 나는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이 스치자, 그는 블랙홀의 중심으로 끌려 들어가는 듯한 소용돌이를 느꼈다.

세상이 무너졌다.

버스도, 도로도, 사람도 사라졌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감각에 휩싸였다.


하지만—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도시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창밖의 하늘은 춤을 추듯 일렁이고 있었다.

땅은 너울거리며 그의 발아래를 흔들었다


삼도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않은 채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그 무렵, 일도는 종종 죽음의 블랙홀에 빠져들곤 했다.

혼자만의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던 어느 날, 그는 삼도가 교회에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회는… 하나님이 있다고 믿는 곳인데…”


혼잣말처럼 내뱉은 그 말은, 오래전 기억을 어렴풋이 끌어올렸다.

어릴 적, 교회에서 사탕을 준다는 말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부르던 노래가 귀 속에서 다시 들려왔다.


“돌아갑시다, 돌아갑시다…”



어느 날, 삼도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형, 교회 한 번 가보지 않겠어?”


삼도는 대학생이 되어 있었지만, 일도는 동생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기억이 거의 없었다.

동생은 단지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사실, 인간관계 전반이 그에게는 배경음처럼 느껴졌다.

그는 늘 자기 생각 속에 파묻혀 살았고, 누군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법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교회’라는 단어가 마음 어딘가를 건드렸다.

알 수 없는 울림이 퍼졌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찾고 있던 존재가 신일지도 모른다는 예감.

일도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탐독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알료샤의 인품과 믿음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 작은 파편들이 모여, 그를 교회로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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