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들려오는 두 번째 소리
어느날 삼도가 조심스레 물었다.
“형, 교회 한 번 가보지 않겠어?”
대학생이 된 동생과 마주 앉아 나눈 대화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일도에게 삼도는 그저 같은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일 뿐이었다. 사실, 인간관계 전체가 그에게는 희미한 배경음처럼만 느껴졌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생각 속에 잠겨 있었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들은 ‘교회’라는 단어가 마음 어딘가를 건드렸다. 알 수 없는 울림이 조용히 퍼져나갔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존재가 신일지도 모른다는 예감.
그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탐독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알료샤의 믿음과 선함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오래된 기억과 미묘한 감각들이 실처럼 엮여, 천천히 그를 교회로 이끌었다.
얼마 후, 삼도는 말없이 성경 한 권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일도는 그 책장을 뒤적이며, 주말마다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눈이 한 구절에서 멈췄다.
죄. 사랑. 영원한 생명.
그가 평생 붙잡고 씨름하던 질문들이 이미 거기 쓰여 있었다.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단어들.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말들이었다.
일도는 오랫동안 세상에 사랑이 없다고 믿었다. 인간은 위선적이고 간사하며, 작은 이익 앞에서도 스스로를 속이고 남을 배신한다고 생각했다. 진심은 드물었고, 삶의 끝에는 허무만이 남는다고 여겼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존재도, 기억도, 감정도—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성경은, 그 너머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죽음을 넘는 생명, 죄를 덮는 사랑.
그는 생애 처음으로 ‘기도’라는 것을 시도해 보았다.
무릎을 꿇고, 눈을 감고, 보이지 않는 신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허사였다. 허공을 더듬는 느낌, 어둠 속에 손을 뻗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감각.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도 않았다.
며칠이 그렇게 흘렀다.
그리고 아주 뜻밖에,
그 순간이 찾아왔다.
신이 계시다는 확신.
이성이 따지기 전에, 마음이 먼저 알아버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
머릿속이 열리는 듯했고, 하늘은 춤추듯 일렁였으며, 땅은 너울거리며 그를 감쌌다.
몸은 뜨거워졌고,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별빛이 쏟아지던 밤하늘이 떠올랐다.
산비탈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던 순간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 시절 생의 환희가 다시금 그의 온몸을 감쌌다.
그것은,
하늘에서 들려온 두 번째 소리였다.
아주 강렬하고, 선명한 체험.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 그는 그것이 진실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