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시골교회 탐방

by 일도

며칠 뒤, 명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일도에게 다가왔다.


“아버지께 여쭤봤어. 정 그러면 하서방만 내려가고 나는 서울에서 계속 우체국을 다녀야 한대.”


“시골로 한 번 옮기면 다시 서울로 돌아오긴 힘들다고 하셨어…”


“그럼 예배는 어쩌고?” 일도가 조급하게 물었다.


“토요일마다 내려온다는 거야.”


“그건 좀 말이 안 되잖아. 사모가 교회를 지키지 않고, 나중 안정을 위해 안 내려온다고 소문이라도 돌면…”


그 순간, 명희는 한숨을 쉬며 일도를 바라보았다. 남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해타산이나 걱정이 섞이지 않은, 오로지 순전한 믿음 하나가 거기에 담겨 있었다.


그런 눈빛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설명했다. 명희의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흔들렸다.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처럼, 그녀의 마음에도 조용한 파문이 번졌다.


“…그럼, 당신을 믿고 우체국 지방 이전 서류를 내볼게.”


그 말은 그녀의 내면에서 믿음과 현실 사이에서 오랫동안 무게를 저울질하던 끝에서 건넨 결단이었다.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일도의 진실함이 그 두려움을 눌렀다.


일도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모든 것을 믿음으로 맡기기로 했다. 재정도, 앞날도, 자녀들의 삶도 모두 하나님의 손에 맡긴다는 결단이었다.


며칠 뒤, 부부는 함께 시골 교회를 방문했다. 교회는 마을 언덕 끝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래된 기와지붕 아래, 스레트블록으로 된 예배당 문을 열자 은은한 나무 향과 기도 소리가 스며들었다.


예배당 내부는 소박했다. 의자 대신 방석을 깔고 앉은 삼십여 명의 성도들. 대부분 노인들과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벽에는 손글씨로 쓴 찬송가 가사들이 붙어 있었고, 창문 밖으로는 푸른 들판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낡은 오르간에서 울리는 찬송은 단순했지만 가슴을 울리는 깊은 음색을 품고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일도는 폐회 기도를 부탁받았다.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자,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마치 깊은 샘에서 퍼올린 물처럼 맑고 진실했다.

성도들의 눈빛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그를 향했다.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신앙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예배를 마친 후, 전도사가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기도, 참 좋았습니다. 목소리가… 울림이 있고 좋네요.”


전도사는 활짝 웃으면서 일도를 조금 추켜 세워 주는 것 같았다.


명희는 말없이 일도의 곁에 서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느꼈다.

지금 자신들이 서 있는 이 자리야말로, 믿음의 길이 시작되는 첫 발자국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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