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석준과 정희의 미국 정착

by 일도

제7면체 지수사

지수사는 땅 밑에 고인 물은 위험하다. 땅 속에 사탄이 숨어있는 것과 같다.



석준의 가족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처재를 한 번 소개해주었다가 불발되었던 충일형제는 중국으로 선교사로 파견되었다는 전갈이 뒤따랐다.


충일은 선교사로 떠나기 전, 내가 있던 시골 교회를 찾은 적이 있었다. 나보다 몇 살 어려 보였지만, 언제나 말투가 차분했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성실하게 교제에 임하는 형제였다.


일도는 달랐다.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석준과 가까운 사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마음을 터놓는 법을 몰랐고, 관계성에도, 연결성에도 미숙했다. 그에게 세상은 늘 한 치 앞, 자기 자신만큼의 반경으로 축소되어 있었다. 한때 함께했던 석준도, 충일도, 그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일도는 ‘천수송 도그마’—그가 만들어 놓은 삶의 원칙—에 갇혀 있었다. 스스로 구축한 작은 신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그렇게 그는 세상과 느슨하게 단절되어 가고 있었다.



석준과 정희의 미국 정착기


석준과 정희는 낯선 미국 땅에 도착했다.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의 조용한 동네. 존경하던 조직신학 교수의 소개로 연결된 한인교회가 이들의 첫 거처였다. 다행히 목사님은 세 식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사택의 작은 방 하나를 내어주셨다.


미국 땅에서의 한인교회는 단순한 예배당이 아니었다. 그곳은 낯선 이국에서 처음 발을 딛는 이민자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공간이었다. 김치찌개의 냄새가 식당을 채우고, 예배당엔 한국어 찬송이 울려 퍼졌다. 교회는 작은 ‘한국’이었고, 교인들은 각자 고국의 그리움을 안고 모여들었다. 어른들은 고향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고, 자녀들은 그 눈물 속에서 뿌리를 배워갔다.


현실은 교회 건물이 작고 협소한 상황이다. 이 교회는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으며, 예배실, 교육실, 식당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을 가지고 있다.


예배실에는 장의자 10개가 두 줄로 배치되어 있고, 강대상 옆에는 성가대석이 마련되어 있다. 강대상 뒤에는 *“욕망은 패망의 길, 사명은 생명의 길”*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석준은 이 문구를 바라보며 “생명의 길이 사명만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중얼거린다.


교육실 및 식당은 공간을 함께 공유한다. 한쪽 벽면은 주방 시설로 되어 있으며, 오래된 솥과 집기들이 놓여 있다. 교육실은 다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처럼 보인다.


사택 또한 좁아서, 석준과 정희, 그리고 동연 세 식구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비좁다. 이층 침대와 작은 비닐 옷장,오단 서랍장이 전부다. 작은 방 한 켠에는 간이 주방 시설이 있으며, 가스레인지 위에는 낡고 얼룩진 주전자가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희는 감사한 마음을 지닌다. 돈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쥐어준 몇 푼의 달러만으로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예수님께 길을 인도해 주신 것에 대해 기도한다. 비록 환경은 열악하지만, 그들은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며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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