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걷는 길
제6면체 천수송
천수송訟은 이념과 도그마에 의해 얼어붙은 세계를 의미한다.
제7면체 지수사
지수 사는 땅밑에 고인 물은 위험하다. 땅 속에 사탄이 숨어있는 것과 같다.
믿음으로 걷는 길
석준은 미국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교수의 강의에 깊은 감화를 받았다. 교수의 진지한 태도, 명확한 언어, 그리고 말씀을 대하는 경건한 자세는 그에게 신학의 참된 깊이를 일깨워주었다. 그날 이후, 석준은 미국 유학의 꿈을 품게 되었다.
마침 대학원대학교가 새로 설립되었고, 그는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연구와 기도가 이어지던 어느 봄날, 석준은 정희와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다. 예배당 안에 울려 퍼진 찬송가 속에서, 일도와 명희는 두 사람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즈음, 일도에게도 뜻밖의 제안이 다가왔다. 설교학을 가르치던 존경하는 목사님으로부터 시골교회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권유였다.
“명희야, 시골 교회에 가지 않을래? 목사님 고향이래. 처음 그곳에서 교회를 세우셨대.”
“몇 년만 있으면 다시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실 거래.”
명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부모님은 어떡하고, 나는 우체국은?”
일도는 아직 학생 신분이었고, 가족의 생계는 명희가 우체국공무원으로 일하며 책임지고 있었다. 부부는 어느새 연년생 딸 둘을 품에 안았고, 일도의 부모님과도 한 지붕 아래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예전처럼 술주정은 없었지만, 한 달에 몇 번은 막걸리잔을 비우곤 했다. 다행히 명희는 집안 어른들께 공손했고, 언행이 단정해 아버지도 매우 흡족해하셨다. 어머니는 손녀들을 귀하게 여기며, 먹이고 입히는 일에 정성을 쏟았다.
그렇게 대가족의 살림이 이어졌지만, 명희의 월급으로는 생활이 빠듯했다. 일도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명희, 우체국을 시골 읍으로 옮기면 어떨까? 부모님도 함께 가시자고 했어.”
명희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저녁 찬거리로 들여놓은 상추를 씻는 손이 잠시 멈췄다. 창밖으로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는, 그날따라 바람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일도는 자신에게 시골 목회를 제안한 목사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여러 차례 그 교회의 예배에 참석했을 때, 그는 성경에 충실하면서도 부드럽고 확신에 찬 어조, 깊은 묵상에서 우러난 설교를 통해 큰 은혜를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시골 교회는 자립 재정이 없는 곳이었다. 본 교회에서 선교 헌금이 오긴 했지만, 그 액수는 턱없이 적었다. 사모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의 지원은 필요 없겠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