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3부

석준의 박사학위와 부목사 부임

by 일도

3부 - 여섯 개의 강함과 부딪히다.


주역 9, 10, 11, 12, 13, 14번의 여섯 개의 괘는 모두 천이 들어가 있다.


2부의 물의 괘는 위험을 상징하여 소설의 내용에선 위험한 강의 시초에 불과했다.


3부의 여섯 개의 천은 강한 에너지에 부딪혔을 때의 상황들이 펼쳐진다.



제9면체 風天小畜풍천소축 – 지극히 작은 것이 큰 것을 머문다


석준은 마침내 박사학위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고, 졸업식 날을 맞이했다. 넓은 캠퍼스의 잔디밭 위, 햇살은 눈부시게 쏟아졌고 정희는 졸업식장 한쪽에서 석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석준은 박사모와 학위 가운을 벗어 정희에게 입혀주었다.

정희는 당황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걸 왜 나한테 입혀요?”


“이건 정희의 옷이야. 이 학위는 정희 덕분에 받은 거니까.”


순간 정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참으려 했지만,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석준은 조심스레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가를 눌러 닦아주며 말했다.


“고마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 정희 덕분이야.”


정희는 눈물 사이로 웃었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 잊어버렸어요.”


그 순간, 누군가의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였다.

찰칵.

그날의 기쁨과 눈물은 사진 한 장으로 영원히 남았다.



석준은 첫 목회를 섬긴 교회를 정리하고, 새로운 교회에 부목사로 부임하게 되었다.

300명 가까운 성도들이 출석하는 대형 한인 교회였다. 그 교회의 부목사는 모두 세 명, 그중 한 자리를 석준이 맡게 된 것이다.


정희와 함께 새 교회 본당에 처음 들어섰을 때, 두 사람은 숨을 들이켰다.

거대한 예배당 정면 벽에는 청동빛 십자가가 압도적으로 자리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은은한 푸른 조명이 감돌았다.

왼편 성가대 석에는 흰 가운을 입은 30여 명의 성가대원이 찬송을 연습 중이었고, 그 맑고 우렁찬 음성은 마치 천사의 합창처럼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석준과 정희는 맨 앞줄에 조심스레 착석했다.

찬양이 끝나자 담임목사가 설교노트와 성경책을 품에 안고 강대상 앞으로 나왔다.

그는 단정한 정장 차림에 미소를 띠고 있었고, 목소리는 낮게 깔려 교회의 권위와 따뜻함을 동시에 자아냈다.


“오늘은 새로 부임한 부목사님과 사모님을 소개하려 합니다. 앞으로 나와주시죠.”


석준과 정희가 단상 앞으로 나가자, 교회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모가 건넨 꽃다발은 정희의 품으로 안겼다.


“강석준 목사님은 미국의 저명한 신학대학에서 조직신학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앞으로 우리 청년사역을 맡아주실 분입니다.”


목사의 소개가 끝나자 박수는 더 커졌고, 몇몇 성도는 환호까지 보냈다.



‘風天小畜’, 지극히 작은 것 하나가 큰 것을 붙든다는 괘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한 장의 증서가 얼마나 큰 힘을 지닐 수 있는지를.


주산 유단자 자격증도, 한국에서나 이민 초기 그의 자리를 잡게 도왔던 조용한 무기였다.

그리고 이제, 조직신학 박사라는 증서는 그의 사역과 리더십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이즈음 석준은 부모님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부목사 사택은 생각보다 넓었고, 두 아들을 키우는 데 있어 정희의 손이 부족하지 않도록 부모님의 도움이 절실했다.


가족은 함께 살게 되었고, 정희는 보다 자유롭게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섬기고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는 묵묵히 손주들을 돌보며 자녀의 목회를 응원했고, 아이들은 할머니 손맛을 느끼며 건강하게 자라났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평온한 시간.

그 속에서 석준은 작은 씨앗이 맺은 큰 결실을 매일의 삶 속에서 체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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