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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미 Jun 03. 2024

엄마는 정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 고향집.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저녁을 맞았습니다. 뭔가에 휘둘리며 잔뜩 긴장한 사람을 윽박질렀으니까요. 아직 화해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미안한 마음에 되도록 얌전히 있었습니다. 눈치만 살폈습니다. 자극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사라지면 안 되니까요.      


고향 집에서 내 잠자리는 엄마 옆이지만 오빠가 쓰던 작은 방에 들어갔습니다. 나를 거부할까 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할까 봐 겁이 났거든요.      


비운 지 오래되어 먼지 쌓인 방엔 주인 잃은 베개와 이불, 허름한 비키니 옷장. 커다란 유리 작업 테이블이 놓여 있었습니다. 방구석에 웅크리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라 당부하던 언니 목소리만 맴돕니다. 몸을 뉘었지만 달은 밝고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조현병’이라고 쳐봤습니다. 엄마를 돌보겠다는 고집을 꺾습니다. 내일은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갈 겁니다.      


순한 양 같은 모습으로 따라나서는 엄마와 함께 간 병원. 입구부터 대기실, 진료실로 이어지는 복도까지 어둡고 침침하게 느껴집니다. 조명 탓인지 기분 때문인지는 몰라도 믿음이 가지 않네요. 엄마는 조현병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의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이없어한다고 해야 할까요.


나는 한마디도 믿고 들어주려 하지 않았거든요. 내가 듣길 바라는 말이 아니니까요.      


‘오진일 거야. 다른 병원에 가야겠어.’      


작은 언니는 규모가 큰 병원에 상담을 예약했습니다. 입원 절차도 알아보았더군요. 그간의 일을 듣고 지체하지 않고 실행에 옮긴 것 같았습니다. 감정에 휘둘려 정신을 못 차리는 동생 대신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마친 겁니다. 동생이 뻔한 답안을 두고도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니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요.     


형제들은 담담히 엄마의 질병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고 나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부드러운 말로 상황을 이끌어갔고 나는 온 마음으로 부정하면서도 질질 끌려갔습니다.


상담 예약이 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조현병 환자는 가족이 돌보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게다가 엄마는 치매도 있고요. 감당이 안 될 거라고 했습니다. 훈련된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얌전한 듯해도 언제든 돌발 상황이 생길 거라고요. 의사는 여전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았습니다.    

 


엄마는 정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두꺼운 철장을 열어도 또 하나의 잠긴 문이 있는 병실로 들어간 후 엄마 얼굴을 더는 똑바로 보지 않았습니다. 진료실을 나와 순순히 따라오던 엄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몸부림치는 게 느껴졌습니다.


남자 보호사 두 분이 걸음 옮기길 거부하는 엄마를 양옆에서 압박해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울지 않았지만 말랑했던 마음이 딱딱하게 굳었습니다.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잠시만 그러는 거라고요. 엄마를 모시러 강릉에 갔을 때도, 조현병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듣던 순간에도, 잘 도우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잘 보살필 수 있을 거라고요.


정신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이 주는 느낌이 싫었습니다. 내 무능이 짜증 나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지만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고 벽에 부딪히고 깨지는 삶이 슬펐습니다.     

 

병실을 나오자 철문이 닫히고 철컹 문이 걸리는 소리가 등 뒤로 들렸습니다. 사방이 막혀 어둡던 복도 계단을 돌아 내려가니 또 하나의 닫힌 철문이 있습니다. 무탈하게 살고 싶은 바람을 비웃는 듯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육중해서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이 열리자 환한 빛이 들어와 눈이 부셨습니다. 다른 세계에 다녀온 것 같았습니다. 어디로 갈지 몰라 잠시 멈칫거렸습니다. 상냥한 표정의 상담사가 우리를 상담실로 안내하기 전까지요.    

 

“어머니에 대해 자세히 아는 대로 써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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