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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Nov 13. 2024

아이 낳지 마세요. 그냥 소멸하세요.

동덕여대 사태에 대한 짧은 생각

제목만 보시면 Hell조선 전체에 대한 저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오해를 감수하고 제목 붙였습니다. 소제목에는 '동덕여대 사태'라고 언급했구요.


뭐, 사안은 간단합니다.

- 동덕여대 측이 남녀공학으로 바꿔 '동덕대'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데,

- 여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꽤 격렬하게 반대시위를 했고,

- 반대시위 와중에 소화기를 들고 뭔가 때려부수려는(;;) 학생들이 있었으며,

- 시위를 통제하려던 경찰 한 명이 '나중에 선생님도 되고 아이도 낳을 건데 폭력은 자제합시다.' 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가

- 성희롱했다고 엄청 까이고 있다

는 상황입니다.


동덕여대를 운영하는 학교재단이 어딘지, 학교재단의 재정상황은 어떤지, 매년 어느 정도의 적자를 보는지, 현 재정상황에서 몇 년이나 버틸 수 있는지 등등은 전혀 모릅니다. 솔직히 관심도 없어요. 남쪽에서부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진다는데 서울-수도권 대학이라고 해서 몇 년이나 버티겠습니까. 각자 알아서 하시겠죠.


다만, 대한민국의 '뷔페미니즘'(그냥 페미니즘 아닙니다. '뷔페식 권리주장만 하고 의무 이행은 전혀 없는 뷔페미니즘'만 따로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이 악악대는 걸 20년 넘게 보아 온 사람으로서... 눈에 거슬리긴 하네요. 뷔페미니스트 당사자들은 기분 나쁘겠지만 원래 그 사람들 기분 나쁘라고 쓰는 글이니 그냥 쓰겠습니다.



뷔페미 산업 종사자(!)들과 가끔 언쟁을 벌이다 보면 드는 생각인데, 이들은 사상적 기반이 없고 그냥 상대가 무슨 말을 하면 말꼬리잡기만 합니다. 그냥 그때그때 상대 말에 꼬투리 잡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거죠. 그러면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의무 이행 따윈 아몰랑.


이번 동덕여대 사태에서도 그 행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뭐 기자랍시고 나대나대 설치는 인간 중 상당수는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어떻게든 쉴드 쳐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죠. 당장 눈 앞의 사태를 가려 봐야 부작용만 늘어날 뿐입니다. 배후에 있는 더 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눈 앞만 가려서 오히려 문제를 더 크게 키울 뿐입니다.


아래에서는 지엽적인 말꼬리잡기 논쟁과 배후의 큰 문제를 따져 볼까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반박하실 분은 마음대로 반박하셔도 됩니다. 물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주장이어야 하겠죠.



1. 지엽적인 말꼬리잡기 논쟁


제가 '뷔페미'라고 부르는 특정 집단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저 '아이 낳을 사람 논쟁'이 딱 이렇게 말꼬리잡기 수준에서 나오는 형국인데요. 경우의 수를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1) 아이 낳으세요


이번 사태에서 나왔듯이, 앞에서 폭력행사를 하든 말든 / 적당히 사회인으로서 선을 지키라는 취지였던 말든, 일단 '아이 낳으세요'라는 말이 나왔다면 곧바로 '성희롱이에욧 빼애애액!'이 나옵니다. 뭐 그렇다 치죠.



2) 아이 낳지 마세요


아이 낳을 거라는 표현이 싫으면 그냥 아이 낳지 마시라고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선생님도 되지 말고 아이도 낳지 말고 육아의 고통도 느끼지 말고 평생 혼자 사세요. 여대의 가치를 잘 지키면서 아이 안 낳기 운동 활발하게 전개하세요. 대한민국의 미래 사회에는 당신들의 아이 따윈 필요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다시 '여성혐오 성희롱이예욧 빼애애액!'이 나올 겁니다. 안 봐도 뻔해요. 낳으라도 해도 성희롱, 낳지 말라고 해도 성희롱. 정 반대되는 이야기가 같은 결론으로 이어질 겁니다.



3) 그럼 아무 말도 안 하겠습니다


예전에 '펜스룰'이 잠깐 유행했었는데요. 괜히 페미니스트들과 말 섞다가 오해 생기면 서로 불편하니 아예 사회생활에서 여자들과 대화하는 상황 자체를 최소화하겠다, 뭐 그런 컨셉이었어요. 미국 부통령이었던 펜스가 이런 얘길 했다고 하더군요.


한 5년 전에 제가 '현실생활에서 펜스룰 실행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엄훠 엄훠 그건 여성차별이에욧 빼애애액!" 이라는 반응이 나왔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한 일이에요.


얘기해도 난리. 얘기 안 해도 난리. 어쩌란 거죠?



4) 무조건 배려'해줘'? 꺼지세요.


아기 낳으라고 해도 기분 나쁘고 아기 낳지 말라고 해도 기분 나쁘고 아무 말도 안 하는데도 기분 나쁘다. 그럼 결론은 무조건 둥가둥가 우쭈쭈 해줘 정도일 겁니다.


예전 야구에서 심판의 스트라잌 판정이 문제되었을 때 [회전하는 죽음의 별] 이라는 비유가 있었죠. 특정 심판의 스트라잌 존은 겁나 빠르게 회전하는 죽음의 별이라서 그때그때 판정이 달라집니다. 심지어 "한가운데 직구로 꽂아넣어도 혼(魂)이 담기지 않으면 스트라잌 판정을 받지 못한다"는 소리까지 나왔었습니다;;


배려? 그딴거 없습니다. 사회에 도움 되는 행동을 단1도 안 하는데 왜 배려해 줘야 하죠? 알아서 하세요. 한 인생 마음대로 살다가 죽든가 말든가 아몰랑.



넷 중에 하나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말 바꾸지 마세요. 익명성 뒤에 숨어서 회전하는 죽음의 별 돌리고 있으면 결국 사회 전체에서 퇴출당하게 될 겁니다.



2. 본질적인 문제 : 결국 "돈"


잠시 지엽적인 얘기를 했는데, 이제 '배후에 있는 큰 문제'를 살펴볼까요?


이번 동덕여대 사태의 본질은 '대학 소멸'입니다. 그냥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대학들이 소멸되고 있어요. 대학 갈 학생들이 팍팍 줄어드는데 당연히 대학들이 소멸되죠.


즉, 이 사태는 뭐 여성차별이나 여성혐오나 기타등등 빼애애액과 무관하게 순수한 '돈 문제'입니다. 아무리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공익목적 재단이라고 해도 소속 교직원들을 먹여 살릴 돈이 필요하고, 재단의 재산으로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동덕여대를 운영하는 재단도 마찬가지예요.


학생들이 줄어들고 등록금이 줄어들어 대학교수와 교직원들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게 본질입니다. 다른 거 없어요.


이 돈 문제에 대해, 동덕여대 총학생회인지 페미니즘 동아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소멸하더라도 개방하지 않는다]


돈 문제에 대해 동덕여대 학생 측의 대답이 나왔네요. 그냥 소멸하세요.



소멸될 위기에 처한 대학들을 세금으로 살려 줄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세금은 남아돌지 않아요.


당장 머리위에 핵폭탄과 미사일에 미친 ㄸㄹㅇ가 주기적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있고, 태평양 건너편에서는 미치광이협상 전문가가 대통령당선인이 되어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내놓으라고 으르렁거립니다. 자체 핵무장을 하든 국방비를 증액하든 이 쪽으로 세금 투입해야 해요.



여성들을 보호하고 여성들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는 여성대학은 소중하고 특별하다? Dog Sound는 니들끼리 하세요. 그렇게 소중하고 특별하면 니들이 직접 기부금 내서 운영하던가. 세금에 빨대 꽂을 생각 따윈 애시당초 하지 말길 바랍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여성학'이라는 건 인문-사회학 수준이에요.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시대에 인문사회학을 공부하는 건 [참 쉽죠?] 그 잡채입니다. 굳이 대학에 모여서 비슷한 무리들끼리 바이러스 퍼뜨리듯 사상전파할 필요 없이 각자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독학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대라는 말입니다.


독학이 안 된다구요? 그건 님 능지수준이 저열해서 그런 겁니다. 법학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국문학 영문학 기타등등 인문사회학은 모두 독학 가능해요. 도서관에 가면 책이 몇만권이고 인터넷에는 방대한 지식이 올라와 있습니다. 공부할 의지가 있고 최소한의 능지가 있으면 혼자서 얼마든지 인문사회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회생활 해 보면 사실상 독학으로 특정 분야를 마스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법학 비전공자인데 중소~중견기업에서 어쩔 수 없이 법무 일 맡았다가 그대로 법무팀장까지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실제로 봤습니다.


뭐, 개인적으로 저도 법 공부는 거의 독학했습니다. 법학과 졸업하긴 했지만 수업을 거의 안 들어갔어요. 그냥 책 보고 외운 걸로 20년째 먹고 삽니다.



여성문제에 대한 연구가 너무 소듕해서 여대를 꼭 지켜야 한다구요? 얼마나 학습능력이 떨어지면 그런 소리를 합니까? 혼자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1도 해 본 적이 없나요?


그냥 각자 알아서 연구하세요. 대학 소멸해도 다 할 수 있습니다.



돈 문제로 소멸할 위기에 처한 대학들 앞에서 "소멸하더라도 개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신다면 뭐... 소멸하세요. 그 대학에서 월급 받던 교수들과 교직원들의 미래는 아몰랑. 세금 투입은 기대하지 마시고 각자 알아서 살 길 찾으세요.


이제 '해줘!'는 그만하십시오. 누구도 당신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 주지 않습니다. 피바람 몰아치는 사회생활에서 당신들을 위해 뭔가를 희생해 줄 존재는 없습니다. 당신들의 부모님은 어느 정도 희생해 주시겠지만 쌩판 모르는 제3자가 그런 짓을 할 이유는 없어요.



각자도생의 시대. 여자대학을 지키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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