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우선 기사 하나 인용하고 시작하겠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1064185
몇 년 전에는 '돼지 심장 이식 성공' 기사가 떴었는데, 이번에는 '돼지 간'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하네요. 대단합니다.
뭐, 과학-의학 측면에서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는 게 좋습니다. (예전 대히트 드라마 '대장금'의 대사처럼) 사람을 살리자는데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일단 살릴 수만 있으면 뭐든 다 해야죠. 당장 저부터도 심장이나 간에 문제 있으면 저 기술 적용해 달라고 할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일단은) 소설가입니다. 그것도 19금 엽기 잔혹 소설을 주요 트렌드로 하는 소설가.
돼지 심장, 간 이식. 이거 엽기 잔혹 소설에 아주 좋은 소재입니다. 아주 그냥 딱좋아!
게다가 '중국 연구소'입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나름 중립적인 입장이고 또 개인적으로 중국의 고전소설(초한지, 삼국지, 서유기, 수호전 등)을 매우 좋아합니다만, 그런 만큼 그 고전에서 엽기 잔혹 요소를 뽑아내는 것도 좋아합니다;;
중국 고전 '초한지'(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 기록입니다만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 소설로 각색하기 좋은 작품이죠)가 나오던 시절에 돼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와 연결시켜 보려 합니다.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 본론
(1) 척부인
이름만으로 19금이 되는 남자 '유방'. 그는 인간전략병기 '항우'와 처절하게 맞짱을 뜨고 결국 천하를 손에 넣습니다. 친아버지를 삶아버리겠다고 협박당하는 상황에서 '잘 삶으면 나한테도 국물 한 그릇 다오!'라고 외칠 수 있는 정신저항 만렙 남자가 황제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연히 부귀영화를 누려야죠. 그럴려고 황제 된 건데 안 누리면 이상합니다.
그리고 남자의 부귀영화에는 (반드시) '미녀'가 따라옵니다. 유방도 예외는 아니었죠.
유방은 황제가 되기 전부터 '척부인'을 첩으로 들였고, 또 그녀를 매우 아꼈다고 합니다. 척부인은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췄다고 하니 나름 예능끼 충만한 여인이었을 거예요. 동네백수 출신인 유방의 마음에 쏙 들었나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방이 동네백수이던 시절에 결혼한 본처(本妻)가 있다는 거죠. 그 본처의 이름은 '여치'.
여씨 성을 가진 사람 중에서는 (성 셋 가진 종놈) '여포'가 제일 유명하지만 여치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방 사후에 잠시나마 한나라 전체를 쥐락펴락 하는 최고 권력자가 되기도 했고, 그런 만큼 냉혹하고 잔인하며 강단 있는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뭐,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남편이 첩을 들이는 것 정도로 본처인 여치가 빡치거나 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척부인이 (첩인 주제에)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거죠. 무려 [우리 아들 황제 될끄얌! 본처 아들 끄지셈!] 을 시전해 버렸죠.
무슨 깡으로 이런 욕심을 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초-한 전쟁이 있기 직전에 중국 천하를 통일했던 진나라가 정상적인 태자를 쫓아내고 애매하게 어린 아들을 황제로 세웠다가 건국 15년 만에 망해버렸는데, 그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 있던 시점에서 첩의 자식이 황제로 등극하면 나라 꼴이 잘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진심으로? 레알? 트루?
척부인의 무모한 욕심은 아주 그냥 대차게 까입니다. 유방의 창업공신들이 반발하고 온 사방의 유학자들이 들고 일어났죠. 본부인인 황후 여치는 이 여론을 아주 적절히 이용했고, 황제 유방은 결국 여치의 아들을 차기 황제로 세워 줍니다. 척부인의 아들은 끄지셈.
이제 척부인은 'I'm totally fucked'를 외쳐야 합니다. 심사숙고한 결과 내린 결론입니다. 척부인은 totally fucked 예요.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 이상으로 엿먹었습니다.
그나마 여치 쪽에서 한 번은 기회를 줍니다. 척부인에게 곤장 몇 대 때린 뒤 하녀들과 함께 쌀 찧는 일을 시키죠. [뭐 해 줄 건 없지만 살려는 드릴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척부인은... 이것도 불만이었나 봅니다. 살려는 드릴게 수준이었을 때 알아서 찌그러졌어야 하는데 그것도 참기 어려웠나 봐요.
척부인은 (자신의 특기를 잘 살려) 노래를 부릅니다. 원래부터 연예인 급 재능이 있었으니 노래는 잘 했겠죠. 문제는 노래 가사가 '황제의 어머니이자 수렴청정으로 실질적인 중국 최고 권력자인 여치를 까는 내용'이었다는 것.
여치 입장에서는 '이 XXㄴ이 뒈지려고 환장을 했나?' 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럼 소원대로(?) 죽여 드려야겠죠. 원래 소원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게 문제였지만.
이 글에서는 짧게 언급하는데, 대충 손발을 자르고 / 눈을 멀게 하고 / 귀에도 유황을 붓고 / 혀를 뽑으며 / 그 상태로 며칠 살게 한 뒤 돼지우리에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소설 쓰면 자세히 묘사할 겁니다만 굳이 여기서는 그럴 필요 없겠죠.
아무튼 척부인은 '인간돼지'로 전락해 며칠 살다가 죽습니다. 그게 너무 끔찍해서 '돼지 체' 글자가 사실상 사문화되고 우리가 잘 아는 돼지 돈(豚)을 쓰게 되었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다고 하네요.
중국 척부인 이야기는 여기서 끝납니다. 그리고 약 2200년 후, 중국 연구소에서 돼지 심장과 돼지 간을 인간에게 이식해서 성공했죠.
소설 시나리오로 넘어가겠습니다.
(2) 소설 시나리오 : 돼지여왕 척부인
미모의 여자 연예인이 있다.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고, 얼굴 예쁘고, 몸매 좋다. 어릴 때부터 대박 히트곡을 여러 개 만들어 내며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신은 이 미녀에게 모든 걸 다 주진 않았다. 아쉽게도 심장이 안 좋다. 아주 안 좋다.
미녀 가수는 무대에서 공연하다가 쓰러진다. 그리고... 심장 문제로 며칠 못 살 거라는 선고를 받는다.
과거에는 금방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고, 미녀 연예인이 속해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매년 조 단위 매출을 올려 주는 상품(!)을 어떻게든 오래 끌고 가려 했다.
미녀는 다시 눈을 뜬다. '돼지의 심장'을 장착한 채.
처음에는 좀 찝찝했다. 돼지 심장이라니 좀 거시기 하잖아. 바퀴벌레 갈아서 만든 단백질 블럭을 24시간 내내 먹고 있는 기분일 거다.
그렇지만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다. 일단 사롸있네! 어익후 예전보다 더 건강하네!
미녀는 금방 적응했다. 그리고... 꿈을 꾼다. '돼지 얼굴을 한 남자'의 꿈을.
돼지 얼굴의 남자. 다수의 판타지에서 오크(Orc)라고 불리는 종족이다. 물론 현실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상상 속에서나 등장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그러했다. 지금까지는.
돼지의 심장과 간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런 시대에... '돼지 얼굴을 한 인간'이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지?
돼지 심장을 장착한 미녀는 연구소를 찾아간다. 연구소는 나름 엄격한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연간 조 단위 매출을 올리던 연예인이 작정하고 침투할 방법을 찾으면 길은 열리게 되어 있다.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미녀는 연구소 안에서 '그'를 발견한다. 정상적인 인간 남자보다 몇 배 거대한 등빨, 우락부락한 근육, 거칠게 솟아오른 어금니. 그러면서도 의외로 자비로운 눈빛을 가진 남자. '녹색예수 쓰랄'과 비슷한 남자를.
(호드를 위하여!)
미녀는 오크남자를 탈출시킨다. 오크남자는 이 아름다운 미녀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자유를 꿈꾸며 연구소 밖으로 나간다.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오랜 시간 동안 세대를 거듭하며 쌓여 온 증오와 원한, 폭발하는 복수심. 그 시작일 뿐이었다.
곧 전 세계에서 '돼지인간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다시 한 번, 호드를 위하여!
결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돼지인간이 승리할 것인지, 똥얍실 순수인간이 승리할 것인지. 그 끝은 가 봐야 안다.
돼지여왕 척부인. 이것도 언젠가는 쓸 겁니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