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은 서론/본론을 나누지 않고 자유롭게 쓰겠습니다.
대략 20세기 말 정도였던 것 같네요.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내려앉고 3당야합으로 군사정권의 개(...)가 되었던 김영삼 정권도 IMF 크리 처맞아서 새되고 인동초 김대중 정권이 들어설 때쯤, 가수 안치환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발표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조금 더 빠를 수도 있구요. 정확한 시기는 기억 안 나지만 아무튼 96년 이후 언젠가쯤이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에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우리 참 사람~~
대충 가사는 기억나네요. 그 때 당시 학교수업 전혀 안 들어가고 학점 D, F는 일상생활이었으니 유행 지난 운동권 아재 노래가사 정도는 외워 줘야겠죠.
이 노래를 만든 가수 안치환은 대략 25년 후 정도쯤에 [부동산이 사람보다 아름다워!]를 시전합니다. 운동권 노래 불러서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건물주'가 되어 있었고, 건물주답게 임차인들 상대로 '너 나가!'를 시전했었다고 하네요. 소위 '입진보(달리 말하면 아가리 파이터)'가 된 4050의 민낯이랄까,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
아무튼,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당시에 나름 흥행했었고 지금도 적절히 팔리는 것 같습니다. 음저협에 등록해서 저작권료 받겠죠. 운동권 아재라고 해서 돈 벌지 말라는 법 없으니 자본주의 사회에 맞게 돈 쫙쫙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암, 그렇구말구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는 대략 중딩 말 ~ 고딩 초 무렵에 '대우명제'라는 걸 배웠습니다. 수학시간에 배웠던 것 같아요. 명제의 참 / 거짓 여부를 다루는 게 수학적으로 중요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쯤에 배웠습니다.
대우명제에 대해 우리가 암기(... 증명은 아니고 그냥 공식 암기)하고 있는 내용은 이겁니다.
[어떤 명제가 참일 때, 그 명제의 대우명제도 참이다.]
즉, 'A면 B다' 라는 명제가 참이라면, 'not B는 not A다'라는 명제 또한 참입니다. 제가 증명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 살았던 위대한 수학자들이 증명해 줬을 거예요. 그러니까 대한민국 중고딩 교과서에서 공식으로 가르치는 거겠죠.
이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 적용해 볼까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명제 형식으로 바꾸면 [어떤 존재가 사람이라면 그 어떤 존재는 꽃보다 아름답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러합니다.
물론 저 명제 자체는 참 / 거짓을 가릴 수 없죠. '사람이라면 꽃보다 아름답다'는 주장일 뿐, 참 /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닙니다. 일단은 그러합니다.
하지만 저 위 노래가사에 나오죠. '~~한 우리는 참 사람' 이라고.
참 사람. 참된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참 / 거짓 나눌 때의 그 참 맞습니다. 참참참.
즉, 저 노래가사에 동의하는 사람은 '사람이라면 꽃보다 아름답다'는 명제를 '참'으로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내면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일단 겉으로는 참으로 받아들이는 척 하겠죠. 10선비 입진보답게 '모든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 웅앵웅'을 읊어대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기본 명제가 참이면 그 대우명제도 참입니다. 결국 '어떤 존재가 사람이라면 그 어떤 존재는 꽃보다 아름답다'는 명제를 참이라고 선언할 경우, [어떤 존재가 꽃보다 아름답지 않다면 그 어떤 존재는 사람(새끼)도 아니다.] 라는 명제도 참이 되는 겁니다.
꽃보다 아름답지 않으면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하다고 합니다.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존재.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일단 '외모'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외모가 꽃보다 아름답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죠. 꽃보다 못생긴 존재는 다 사람 미만 잡것들입니다.
물론 그 '사람 미만 잡것들'에 저도 포함되구요. 제 딸들은 사람이지만 저는 아닙니다. 제 와이프는 과거에 명백한 사람이었고 그 미모를 제 딸들에게 물려 줘서 너무 고맙지만 이제는 나이가 좀 들어서 몇 년 안에 사람에서 탈락할 위험(...)에 처해 있어서 살짝 안타깝습니다;;
뭐, 외모 기준으로 '꽃보다 아름답냐?'를 따진다면 저희 중 99%는 사람이 아닐 겁니다. 저는 일단 확실하게 사람이 아니에요. 그게 현실이죠.
그럼 외모가 아닌 '마음씨'로 평가해야 할까요? 마음이 꽃보다 아름다우면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요?
쉽지 않겠죠. 특히 임차인들에게 '너 나가!'를 시전하는 건물주라면 '마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평가받을 가능성은 오조오억분의 일 정도로 수렴할 것 같네요.
기왕 삐딱선 탔으니 좀 더 나가 봅시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각 선진국에는 헌법에서 '인간의 천부인권과 존엄성'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 헌법의 문구들 또한 참 / 거짓을 가릴 수 없는 주장일 뿐이고 어떤 수학적/과학적 입증을 거친 명제들은 아닙니다만, 일단 인간 기준에서는 헌법상의 선언들을 '사회적으로 합의된 참'으로 받아들이겠죠.
그런데... 헬조선 일부의 특정 집단에서는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존재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언해 버렸습니다. 즉, 꽃보다 아름답지 않으면 헌법상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천부인권과 존엄성 따위를 누릴 수 없게 되죠. 그냥 축생(畜生)으로 취급받아야 하는 겁니다.
꽃보다 아름답지 않으면 인간의 권리 따윈 부여받지 못하고 그저 축생으로 밑바닥 기어다녀야 하는 세상. 그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저 노래가사의 대우명제가 그러해요.
저는 소설에 가끔 이걸 써먹습니다. 판타지 세상이나 중세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늙었거나 못생긴 여자는 다 죽여! 예쁜 여자만 납치해 간다!'는 장면을 묘사할 때 저 얘길 늘어놓죠.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것들은 인간이 아니므로 다 죽여도 돼!]라는 기적의 논리(!)를 풀어놓는 겁니다.
물론 PCPC하신 뷔페미 분들 및 수학적 대우명제 따위는 아몰랑 우린 뇌피셜로 떠들겠어 빼애애액 수준인 입진보 10선비들은 이런 식의 묘사를 싫어하시겠죠. 외모 기준으로 꽃보다 아름다워질 가능성이 오조오억분의 일 수준으로 수렴하시는 분들도 싫어하실 테고.
그러든 말든 아몰랑. 작품의 창조주인 작가가 그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니들이 뭐 어쩔티비. 싫으면 딴 데 가던가.
오늘 썰은 특정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마음가는 대로 풀어 봤습니다. 이만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