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BIG Naughty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여러 말을 남기는 사람들이 최근에 좀 많다.
“항상 잘 읽고 있어! 필력 너무 좋더라.”
“이런 말 좀 오바지만 글 써줘서 고마워.”
“요즘 송작가 폼 뭐야~”
얼마 전 포스팅된 내 첫 책의 서평에 올라온 수많은 댓글도 있다.
“공감되는 글귀가 많네요. 잘 읽고 갑니다.”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기에는 적지 못한 응원해 주는 많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사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별거 아니다.
작년 12월에 2학기 종강을 하고 2월 초까지 정말 쓰레기같이 살았다. 새벽 4시에 자서 오후 2시에 일어나고, 영어 시험을 가지 않아서 8만 원을 날려먹고, 매일 PC방에 가서 게임하고, 알바는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내가 술을 좋아했으면 아마 술도 매일 먹었을 것이다.
그렇게 인간쓰레기처럼 살던 와중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머릿속을 헤집다가 딱 눈에 띈 것이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글쓰기’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는 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 당시 반에서 원고지에 ‘릴레이 소설’을 써 돌려보고, 선생님께 보여드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게 올해 2월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 쉽지 않았다.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웠나요?라고 물어보면, 그것은 또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노트북을 열고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으면 내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손이 저절로 움직여 글을 써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냥 뭔가 좀 그랬다. 주변에 글을 쓰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하더라고 일상적인 일기, 여행 일지 같은 것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 에세이에 도전한 나는 에세이, 즉, 수필이 뜻하는 바를 알고 있으면서도 네이버나 구글에 에세이를 검색해 그 본연의 의미를 찾고, 어떻게 써 내려가면 좋을지 고민하곤 했다.
또, 아무 형식 없이 쓴 나의 이야기에 감성을 한 스푼, 아니 어쩌면 백 스푼을 담은 나의 글이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도 조금 쪽팔렸던 것 같다. 만약 내가 글을 쓰기 전에 친한 친구가 글쓰기를 시작한다고 하면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을까?
“ㅋㅋㅋ 뭐 함?”
명백한 비웃음을 담으며 말이다. 주변 친구들도 내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사실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굳이 말을 하지 않은 것뿐.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에서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책이 출간되고, 점점 한 번에 써 내려가는 양도 많아지고, 글을 쓰는 나도 느낄 만큼 필력이 정돈되고, 무엇보다 꾸준하게 쓰다 보니 주변에 응원해 주는 사람도 많이 생겨났다.
글 쓰는 사람 중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나도 비슷하긴 하다. 내가 최근 경험한 일들이나, 문득 드는 의문에 대해서 글을 써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글을 내가 다시 보게 되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더 확실하게 와닿기 마련이다.
하지만, 감히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글이란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이 나의 글을 봐주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굳이 쓸 이유가 있을까? 나는 내 글을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굳이 쓰지 않을 것 같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 그렇다는 것은 당신이 나의 이야기에 당신의 시간을 기꺼이 할애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고, 글을 읽는 번거로움만큼의 가치를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 인정, 응원들은 내가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가게 한다.
당장 모레가 전공 시험이지만 노트북을 켜 글을 먼저 쓰고 있는 지금의 나도 글을 읽어주는 당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즉,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당신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이전에 내 주변의 빛들은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고 했던가?
글을 읽어주는 당신도 나의 빛이다.
‘정신 차려 동현아, 한 명이라도 들어준다면 넌 그걸로 족해.’
-BIG Naughty(서동현), ‘직항’ 중-
2024. 10. 21
PS. 글 쓰는 것보다 제목 짓는 게 훨씬 어렵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