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의 중요성
학원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엄청난 세대 차이를 발견한 적이 있다.
“너희는 요즘 연락 뭐로 해?”
“당연히 DM이죠~”
DM이란, 인스타그램의 ‘Direct Message’를 칭하는 말로, 어떻게 보면 인스타그램의 부가 기능이다. 부가 기능이라고 하기에는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대다수가 사용하고, 목적이 DM에 있는 사람도 많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SNS의 특성상 그렇다.
나 또한 DM을 자주 이용한다. 인스타그램으로 하는 거라고는 지인들이 올리는 스토리 확인뿐이지만, 종종 DM을 보내거나 받는 일상이 이미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세대 차이를 느낀 이유는 따로 있다. 반평생 함께해 온 ‘카카오톡’의 존재 때문이다.
어렸을 적,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카카오톡이라는 어플이 출시되고 나서 정말 카카오톡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카카오톡의 이용자가 너무 많은 나머지 서버가 마비되어 먹통이 되었던 기억도 흐릿하지만 여러 번 존재한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출시됨에 따라 각 나라별로 주로 쓰는 메신저 어플이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많을 수는 없는 게,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그 앱을 사용해야 하니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몇 가지로 수렴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이들에게 카카오톡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카카오톡은 그냥 단톡방 말고 안 쓰는 것 같아요.”
당연히 더 좋고, 편리한, 혹은 세련된 다음 세대의 것이 나오면 교체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조금만 있으면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조금 나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마치 예전에 ‘싸이월드’가 사라진 것처럼, 카카오톡도 그렇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이런 메신저 앱들의 흥망성쇠를 다루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친구와 약속을 잡고, 놀다가 헤어질 때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연락해~”
물론 단순한 인사치레이다. 하지만, 연락하라는 말이 인사로 사용된다는 것은 우리가 연락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연인이 싸우는 많고 많은 보편적인 이유 중 하나가 연락 문제인 것은 우리가 연락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한 번은 친구가 이런 적이 있었다.
“내 여자친구가 술 마시고 연락이 안 돼.”
“미친 거 아님?”
앞뒤 내용을 전부 잘랐지만, 이런 대화였다.
애인이 술을 마시고 연락이 끊기면 왜 걱정이 되는 것일까?
많고 많은 이유가 있지만, 결국 술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른다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걱정을 받는 사람은 이를 ‘집착’으로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는 서로 이런 논리로 싸움을 시작한다.
‘연락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왜 이렇게 집착해?’
사실 두 말 다 틀린 말은 아니다. 따라서 이렇게 시작된 싸움은 각자의 평행선을 달려 좀처럼 쉽게 끝나지 않는다. 한쪽이 감정적으로 굽힐 때 비로소 끝나게 된다.
또한, 연인 사이가 되기 전에도 연락은 중요하다. 내 생각엔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보다 그전 상태에서 하는 연락이 백 배는 더 중요한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상태에서 연락을 소홀히 한다면 상대방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얘가 나한테 관심이 별로 없구나.’
이 생각은 아마도 대부분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서는 또 다르다.
내가 상대방에게 마음이 있는데 답장에 소홀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모순이 아닐까?
그리고 그 모순으로부터 비롯된 감정의 어긋남은 인연이 될 수도 있는 서로의 실을 가위로 자르듯 끊어버린다.
그래서 사람의 감정은 항상 어려운 것 같다.
연락이 중요한 이유는 더 있다. 굳이 연인이나 알 수 없는 친구들의 경우가 아니어도, 연락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서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에게 큰 실례이다.
약속시간에 늦으면 늦는다고, 고맙다면 고맙다고,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연락 한 번 하는 것은 내가 쓰는 노동력에 비해 상대방이 얻는 시간, 감정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그렇게 상대방이 얻은 무형의 것들은 본인에게 다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쉬운 것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회피가 일상인 사람일 뿐이다. 솔직히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연락이라는 건 나와 주변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는 선과 같다.
그 선이 붉은 실이든, 필요에 따라 맺어진 관계이든, 정말 친한 친구이든, 어떤 상황에서도 그 선의 가치는 내가 연락할 때 쓰는 에너지보다 훨씬 높다.
그렇기에 우리는 연락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연락을 해야만 하는 경우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조금 귀찮더라도 쌓여간 데이터 쪼가리들은 사라지지 않고 서로의 감정선, 기억 속에 남아서 언젠가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빛을 발할 것이다.
2024. 10. 15
ps. 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전 그렇게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냥 그러려니 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