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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국 Oct 10. 2024

문장으로 살아나는 감정

seeing is believing

요즘 글을 쓰며 자주 느끼는 점이 한 가지 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느낀 감정은 너무나도 불확실한 반면에, 그 감정, 느낌을 글로 써 내려가면 비로소 구체화되어 확실해지는 것 같았다.

     

그 감정이 화이든, 짜증이든, 사랑이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그렇기에 너무나도 추상적인 것을 문장으로 쓰면 쓸수록 나에게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마치 맡은 배역을 연기하는 명배우를 보듯, 내가 써 내려간 나의 감정에 내가 동화되어 훨씬 증폭되었다.

     

이건 사실 좀 이상하다. 내 안에 있는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뿐인데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이야기는 어떻게 문장이 되어 다시금 내 감정을 건드리는 것일까?

     

조금 생각해 보았고, 그에 대한 이유를 나름대로 찾아보았다. 이런 말이 있다.

     

‘몸이 100냥이면 눈은 90냥이다.’

     

이는 우리 몸의 신체 기관 중 가장 중요한 기관이 바로 눈이라는 말이다.

     

저 말은 조금 과장되었을 수 있지만, 나 또한 촉각, 미각, 청각, 후각, 시각 중 하나만을 남긴다면 고민 없이 시각을 선택할 것 같다. 

    

내 생각엔 우리는 다른 감각으로부터 얻는 정보보다 시각 정보에 훨씬 예민하다. 우리의 세상은 빛 반사로 구체화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업을 듣다가 교수님께서 이런 글귀를 언급하셨다.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저 말을 하시며 연구, 실험의 분석 단계에서 가장 정확한 것은 눈으로 보이는 결과와 데이터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이는 우리에게 가장 직관적이고, 중요한 감각이 시각이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지 않을까?

     

즉, 문장으로 쓰인 것들이 보는 사람의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말 많은 감정들은 그저 나의 머릿속에서 난잡하게 존재할 뿐이다.

      

마치 정리되지 않은 방처럼 곳곳에 숨겨진 작은 물건들처럼, 그렇게 감정은 숨겨지고, 왜곡되고, 결국엔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들을 밖으로 꺼내어 문장으로, 글로 완성해 눈에 보이는 순간 그 의미는 방에 어질러져있던 물건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처럼 나에게 그 감정을 되새기게 한다.

     

문장이 비로소 눈으로 들어오게 되면 ‘아,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며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눈으로 본다는 것은 어떤 것보다도 확실하게 사람에게 와닿는다.

     

예전에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

     

“넌 너무 무심한 것 같아.”

“로봇이야?”

     

그렇게 모든 것에 그러려니 했던 내가 최근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니 감정이 풍부해지고, 또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이는 자신에게 조금 솔직해지는 방법이 아닐까?

     

당신도 그저 머리로 느끼기만 했던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가보자. 그렇다면 아마 본인이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긴 글이 아니어도, 단 한 문장이어도 좋다. 그렇게 한다면 전에도 언급했듯 본인에게 더 솔직해질 수 있지 않을까?


2024.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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