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라면 그만 먹고 한우 먹으렴

주부에세이 (6)

by 쓰는핑거


만화책을 보기 시작한 아이를 보며 '우리 아이는 안 그럴거라고 믿었는데 어쩔 수 없나 보네.' 싶었다. 책도 좋아했고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도 읽어주었기에 우리 아이는 만화책을 안 좋아할거란 생각은 오산이였다.




예외 없이 우리 아이도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고 빠져들기 시작했고 줄글로 된 책을 보는 시간은 거의 사라졌다. 그만 보라고 아이를 겁박하기도 하고 혼내기도 했지만 만화책이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이 편견이였음을 깨닫게 되고는 깔끔하게 인정하고 포기했다. 만화책을 보는 아이의 모습을 존중해주었다.









아이는 당시 [파워바이블]이라는 성경 만화책을 읽고 또 읽었는데 아이의 머리속에 방대한 성경배경지식이 완벽하게 펼쳐져 있었다. 자기 전 베갯머리 동화로 재미있는 성경동화를 들려주곤 하면 아이는 모든 말씀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배경 인물과 이름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 말씀 나도 알아." 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는 말씀을 잘 알고 있으니 설교시간에도 말씀이 더 잘 들리는지 말씀의 핵심을 잘 파악하기도 했다.






그 뒤로 여느 아이들이 읽는 학습만화의 세계로 더 넓게 발을 디디기 시작했고 아이는 어느날부턴인가는 [삼국지] 만화책을 읽고 또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아이의 머리 속에 또 어떤 일이 펼쳐지고 그려지고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며 만화책을 편견을 내려 놓기 시작했다






많은 엄마들이 학습만화의 세계에 발을 디딘 그 날을 후회한다. 나 또한 그랬다. 우리 아이를 유혹하는 달콤한 학습만화의 세계. 하지만못 보게 한다고 안 보지 않을 것이고 안 보게 한다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큰 아이를 보니 만화책을 읽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화책을 읽으면서도 줄글로 된 호흡이 긴 책도 편식 없이 잘 보았고 지금도 잘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글을 읽지 않고 그림만 읽을 때 문제가 된다. 책에 담긴 글자는 건너 뛰고 그림만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저 자극만 주는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시청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형식으로 만화책을 읽을 때 문제가 된다는 것 이다. 그런 아이는 호흡이 긴 줄글책을 읽지 못할 것이다.





문해력이 높은 아이는 만화책에서도 질 높은 영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이 가득한 만화책 속에서도 지식을 배우고 흡수하며 창조하는 아이가 되려면 문해력을 갖출 수 있도록 책을 다양하게 많이 읽어주고 글쓰기가 바탕이 되면 좋다.

우리 큰 아이가 그랬다.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었고 아이와 다양한 글쓰기를 함께 하며 지도하고 훈련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아이는 그런 훈련이 잘 되어서 그런지 만화책을 읽으면서도 지식을 확장했고 줄글로 된 호흡이 긴 책도 함께 잘 읽어 나가고 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생각하며 글을 쓰는 아이는 스마트폰 중독과 학습만화 중독, 게임 중독이 된 여느 아이들로 가득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제어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아이는 학습만화를 읽으면서도 더 많은 영감을 발견하고 게임을 하면서도 스스로 제어하며 중독이 아닌 즐거움에 기초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니 희망적이지 않은가.





그저 많이 읽어주고 많이 쓸수 있도록 격려해주었던 아이는 학습만화를 읽으면서도 앞서 말했던 그런 성장을 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화책만 읽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불안하고 그 시간에 더 영양가 있는 책을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이에게 차분하게 말한다.



만화책을 보는 것도 좋고 만화책 안에도 유익이 있지만 만화책을 보는 건 네가 영양가 없는 라면을 먹는 것과도 같고 인문고전이나 고전문학을 본다면 너는 값비싸고 질 좋은 최고급 한우를 먹는 것과도 같다고 아주 원색적으로 표현한다. 좀 더 근사하고 말하고 싶지만 이게 나다. 그저 엄마는 엄마가 사랑하는 네가 매일 라면만 먹는 모습보다는 한우소고기를 더 많이 먹고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아이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서로 말은 안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리고 나는 노력한다.

몸과 영혼과 생각을 살찌우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내 삶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실이 아니라 정말 아름다운 현실이 되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성장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평범하고 똑같은 하루를 시작해본다. 하지만 그런 오늘이 쌓이고 쌓여 아이는 변화하고 성장해나간다.






그냥 책 많이 읽어주고 글 쓰기 훈련을 함께 해봤을 뿐인데 학습만화를 읽으면서도 사고하고 분별하는 아이의 모습이 어느날 보이기 시작하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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