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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Oct 25. 2021

일박 이일 캠핑은 늘 아쉽다

주일성소를 지키기 위한 1박 2일의 캠핑


 세 번째 캠핑장이다.

11월이 다 되어가는 늦가을 캠핑이라서 추운 날씨가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였다. 다행히 기온이 올라가서 막바지 가을을 만끽하고 왔고 따뜻한 햇살 속에서 아이들도 캠핑장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신나게 놀았지만, 역시나 밤에는 기온이 크게 내려가 좀 추웠던 것이 못내 아쉬운 세 번째 캠핑이다.


셋이서도, 어디서나 잘 노는 아이들은 우애도 좋고 돈독해서 친구가 필요 없이 셋이서도 너무 잘 놀았지만 아이들은 캠핑장에서 처음 만난 낯선 친구들과 1박 2일동안 신나게 놀았다. 지금까지 왔던 캠핑장 중 또래 친구들이 가장 많았고, 처음 만난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노느라 밥 먹거나, 물 먹을 때 외에는 엄마아빠가 있는 텐트에 오는 일이 없었다. 아이들이 트러블 없이 다른 친구들과 잘 노는 덕분에 남편과 모처럼 불멍도 함께 즐기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여유있는 휴식을 보냈으니 참 감사한 시간이다.



가을 햇살을 만끽하며 대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신나게 뛰놀고 어우러져 놀던 시간들이 아이들에게도 특별하고 행복한 시간이였으리라...


무엇보다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수고하고 애 써주는 특별한 시간이라 더 감사하다...

아들만 셋...

코로나 시대에 여행도 쉽지 않고...

시골 소녀로 자연을 만끽하며 자연을 벗삼아 지냈던 유년시절이 강한 정서를 지켜주는 듯한 확신이 있는 엄마이기에, 아이들을 자연속에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접해주기란 마음처럼 쉽지 않았고, 엄마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캠핑이 가장 적합해보였다. 하지만 남편은 깔끔하고 쾌적한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휴양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하긴, 누가 그런 걸 싫어햐랴만은...) 내심 자포자기 하며 지냈다.


'내 생에  캠핑이란 없겠구나...'



남자가 캠핑을 즐기고 좋아해야, 여자는 스리슬쩍 귀찮은 듯, 싫은 듯 따라나서는 케이스가 진정한 캠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남편도 '아들만 셋' 인 점을 감안해서인지 막내가 5살이 되면 캠핑을 시작하자고 미루고 미루며 지내던 중 막내는 7살이 다 되어가고 캠핑을 포기하며 지내던 중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혼자서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을 가겠다는 배포로 남편과 상의 없이 곧장 캠핑 장비를 질러버렸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캠핑을 즐기기 딱 좋은 나이가 된 아이들을 보면서 더이상 미루기 싫었다. 장비가 없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들 캠핑 갈때 한번 같이 가보고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구매하자'라는 남편의 말만 믿고 있다가 시간이 허송세월 지나가는 것이 아까웠다. 캠핑장비가 없으니 캠핑을 갈 수가 있나...


하지만 남편과 상의 없이 지른 캠핑장비가 하나 둘씩 현관문에 쌓여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불안하고 두려워졌다. 이렇게 장비를 다 샀는데 못 가게 되면 어떡하나.. 남편이 불 같이 화를 내면 어떡하나... 불안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화 내지 않도록, 남편이 캠핑을 좋아하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나는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만져주셨다고 확신하지만. 남편은 '막내가 5살이 되면 캠핑을 다니겠다' 라고 약속했던 부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그렇게 우여곡절 속에서 시작된 캠핑이 벌써 세 번째이다. 그런데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것은 나는 주일을 지켜야 한다. 남편은 믿지 않는 남편이다. 믿지 않는 남편과 살면서, 남편의 구원을 바라고 기도하며 아이들만 데리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고 있다. 주일 아침 일찍부터 봉사하러 나가야 하고, 그 자리를 지켜야 하고 다행히 남편이 지금까지 잘 지켜주고 도와주고 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캠핑 또한 마찬가지이다.

금요일, 토요일 1박 2일로 가는 캠핑은 남편에게 많은 무리가 되는 일정이다. 일도 많고 바쁜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금요일 반차를 내고 3시에 퇴근을 하고 캠핑을 갔다가 토요일에 돌아와서 주일을 지키는 일정으로 다녀야 한다. 하지만 금요일, 캠핑장에 갈 때마다 남편은 차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연신 전화가 오고 메일이 밀려온다. 옆에서 비서처럼 남편이 불러주는 메시지를 보내는 보조를 해주는 일을 하며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자리를 비우고 일찍 퇴근한 남편을 찾는 사람들과 업무들은 끊임없이 남편을 따라다니며 남편을 독촉하고 힘들게 한다. 남편은 자리를 비운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캠핑장으로 가는 운전을 하면서 업무를 처리한다. 나에게 볼멘 소리도 한다.  그럴 땐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어야 한다. 남편에게 많이 미안하다. 나의 주일 성소를 위해서 믿지않는 남편이 바쁜 회사일을 뒤로 한체 나와 아이들의 만족을 위해 캠핑을 가는 차 안에서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며 운전을 하며 가까운 캠핑장에 도착한다. 도착해서는 남편도 마음을 다잡은 듯 , 아까와는 다른 모습으로 큰 아이와 함께 텐트를 치며 캠핑을 즐길 준비를 한다. 그렇게 노력하는 남편의 모습에 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여전히 두렵다.

"다음부터는 금요일 절대 안돼!

토요일,일요일 이렇게 1박 2일로 가자!"

라고 말할 까봐 두렵다.

홧김에 가끔 그렇게 얘기하기도 하지만 , 그래도 결국은 내가 주일성소를 지킬 수 있도록 지금까지 맞춰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엄마! 저 친구는 두 밤 자고 일요일날 저녁에 간대!"

캠핑장에서 만난 친구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모양이다.  부러워하는 아이들도 일요일 교회에 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없다는 사실을 이내 받아들이고 괜찮아진다.



텐트를 치고 걷는 일은 아무래도 에너지 소비도 많고 힘든일이다. 오후 4시쯤 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다음날 아침 10시에 텐트를 다시 거두어 정리해서 집에 가는 건 늘 아쉽다. 나도 2박 3일 정도는 머무르며 여유있는 캠핑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주일성소를 온전히 지킬 수가 없다.


1박 2일 캠핑은 사실 너무나 아쉽다.

일요일을 포함한 2박 3일의 캠핑이 달콤하게 보이기도 하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와가 선악과를 보았을 때,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스러웠던 마음이 이와 비슷할까?


하지만.

캠핑장에 있는 달콤한 일요일보다, 아쉬운 캠핑을 뒤로 하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온전히 주일성소를 지키는 시간이 나에겐 더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지킬 수 있음에 감사하고 믿지 않는 남편이 맞춰주고 도와주는 모든 상황이 그저 감사하다. 아쉬운 1박 2일 동안 충분한 만족과 행복과 감사함을 채워주셨다. 그 여유와 감사함을 머금고 또 하나님 앞에 힘껏 나아간다.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은, 하나님께서 가장 기쁘게 받으시는 나의모습은 그 자리를 지키는 것, 그 자리에 나아가는 것이다. 그 자리를 지키고 나아갈 수 있도록 남편의 마음을 만져주셔서 감사하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남편이 많이 노력하고 애써주는 모습으로 멋진 가장으로 오늘도 일터에 있는 남편에게 '손으로 하는 모든일에 복을 주시고 형통함을 주시길' 기도하며 내조한다. 남편에게 참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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