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이가 엉겁결에 만든 ‘조진감래’라는 말이 아니었으면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야 하는 태영이도 속상하고 마침 태영이처럼 틀리게 문제를 풀고 있던 정민이도 맥이 빠져 다시 공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민이의 재치 있는 “조진감래” 한마디로 한바탕 웃고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조진감래’라는 말이 재미났는지 6학년들 사이에선 ‘조진감래’가 유행하게 되었다.
“아, 망했다!”
“괜찮아, 조진감래야~”
평상시에도 어려운 부분을 공부하다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결국에는 서로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수학은 왜 하나요?”, “수학은 누가 만들었나요?”라는 원망과 불평이 가득한 말로 집중해서 공부하던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비록 비속어와 결합한 이상한 사자성어(?)라 해도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의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끌어주었기에 조진감래라는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게다가 정민이와 태영이의 이런 재미난 일화에 얽힌 말이니 내가 이를 기록하여 남긴다면 먼 훗날에는 공부에 지친 어린 학생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고사성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조진감래’라는 말놀이에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이 났다.
고진감래(苦盡甘來)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가난하여 제대로 공부할 수 없었던 한 농부가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붓 대신 숯, 종이 대신 나뭇잎을 사용하여 공부에 전념해 학문에 대한 자신의 뜻을 이루었다는 기록에서 유래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 농부에게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고난이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 것이 고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