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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버스 Sep 09. 2024

가끔은 신선한 외부 서적

군대에서 독서를 보다 풍부하게

나는 군대에 머무는 동안 최대한 병영 도서관을 활용해서 책을 읽었다. 수많은 책장에 최소 수백 권의 책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 꽂혀있는 책만 보더라도 전역하기 전까지 다 보지 못할 것이 너무도 뻔했으며, 굳이 책을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책을 읽을 때 흥미와 재미 위주로 책을 선정하다 보니, 읽고 싶다고 느껴지는 책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서점에는 책으로 가득하지만 가서 펼쳐보는 것은 몇 권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크게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기는 했지만, 그것이 흥미도 재미도 없는 아무 책이나 읽는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재미가 없을 것 같으면 약간의 흥미라도 유발되어야 했고, 흥미가 유발되면 재미가 없어도 책을 읽었다.

우리가 서점에 가면 딱 봐도 재밌어 보이고 흥미를 끄는 주제의 책이 전면에 비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군대에 있는 도서관은 오래전부터 운영되었고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 그러나 서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류의 트렌디한 느낌을 가진 책은 많지 않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읽을 만한 책이 줄어들면서, 점점 더 책을 선택하는 데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해졌다.


내가 있던 부대의 병영 도서관에도 다른 곳처럼 주기적으로 새로운 책이 입고되고 있었다.

입고를 희망하는 도서를 신청서에 적어놓으면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가 부대를 통해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신간이 입고된다.

나도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그곳에 책의 정보를 적어놓고는 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책이 입고되는 경우는 적었고, 많이 입고되지도 않기 때문에 가끔 누구나 읽을만한 자기 계발서 한 권이나 두 권 정도를 신청할 뿐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 그렇게 입고가 된 책을 내가 쉽게 읽을 수 없다. 우연히 만나게 되면 읽는 것이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건 내가 책을 열정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도 했다. 나처럼 책을 읽는 사람은 잘 없기 때문에 나와 함께 군 생활을 했던 동기나 후임들은 원하는 책을 찾고 고르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읽을 책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가진 적은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읽으면 되는 것이다. 겉은 그렇게 재밌어 보이지 않아도, 내용이 좋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외부에서 서적을 구매해 부대로 가져오고는 했다. 주로 휴가를 나가면 집에 머물면서 책을 구매하고 그것을 복귀할 때 부대로 가지고 왔다.

개인적인 경로를 통해 외부에서 부대 내부로 가져온 서적은 간부의 검토를 받고 읽을 수 있다. 번거롭다고 느낄 수 있지만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책표지 안쪽에 검토필이라는 도장이 찍히게 된다. 지금도 도장이 찍힌 책을 집에 가지고 있는데,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았고 세월이 흘러 도장이 바래졌다.

그때는 책을 분별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읽을 수 있는 양질의 도서보다는 당장 보고 싶고 구미가 당기는 책을 골랐었다. 그래서 결국 지금은 보지 않게 되었고 그 책들과 한 권씩 이별하는 중이다.


당시에는 군 장병의 월급이 병장 기준 21만 원으로 상당히 낮았었다. 그래서 책을 한 권 사는 것도 정말 부담이 많이 되어서 자주 구매하거나 많이 구매할 수는 없었다. 항상 권을 한참의 고민 끝에 골라 구매해서 가져오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은 월급이 많이 높아졌고 이후에도 조금씩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내 월급이 넉넉했다면 10만 원 정도는 책을 구매하는데 썼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은 전자책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군대에서 종이책을 많이 구매하지는 않아도 괜찮다. 구독 서비스를 한 개 이용하면서 가끔 책을 사면 한 달에 3만 원 정도로 풍요로운 독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입대 전부터 나는 와인에 관심이 많았었고, 전역 후에 관련 직업으로 취직하는 것을 희망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부대에 가지고 간 외부 서적에는 와인 관련 서적이 꽤 있었다.

공부를 위한 독서였기 때문에 책의 두께가 상당했었는데, 너무 양이 많아서 결국 다 읽지 못하고 가지고 나온 책도 있다. 그 뒤로 지금까지도 너무 두껍다고 느껴지는 책들은 잘 읽지 않는다.

너무 두꺼운 책들은 양이 많아서 읽기가 쉽지 않고 다 읽을 때까지 흥미를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으며, 긴 시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도 상당히 많이 소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껍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책들은 넘어가지 않고 꼭 읽고 있다.

필요하다면 두꺼운 책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읽지 않는 것과 읽지 못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그래서 나는 백과사전 같이 두꺼운 책도 기회가 되면 한 번쯤은 정독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군대에서 가끔 흥미로운 외부 서적을 읽는 것은 군대에서 독서의 흥미와 습관을 이어가게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병영 도서관에는 당장 볼만한 책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 외부 서적을 구매해서 읽어 보기를 바란다.

돈을 주고 구매했기 때문에 책이 기대보다는 아쉽더라도 끝까지 읽게 될 확률이 높으며, 단조로운 독서 생활을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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