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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버스 Sep 05. 2024

파견지에서 꽃 피운 독서 열정

언제나 책과 함께

내가 있던 부대에서는 훈련을 위해 정해진 인원을 주기적으로 다른 부대에 파견 보냈었다. 파견지에는 군용 차량이 항시 비치되어 있는데, 운전병은 해당 차량을 유지보수하는 역할을 맡았다. 거기서 차량에 문제가 없도록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점검만 잘하면 보통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크게 어려울 것은 없지만 가끔 차량에 큰 문제가 생길 때가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파견에 갈 때 다른 병과는 한 번에 여러 명을 보내지만 운전병은 1명만 갈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상황에 혼자 대처하려면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급이 낮으면 가기가 어렵고 주로 상병, 병장들이 많이 갔었다.

한 번 파견을 가면 3주 정도 머물다 오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었고 휴가가 있는 사람들은 갈 수가 없었다.


나도 상병이 된 이후에는 파견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종종 갔었다. 그곳에서는 항상 할 일이 고정되어 있고 업무량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일을 빠르게 마치면 남는 시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독서하기가 정말 좋은 환경이었다. 나는 항상 그날의 할 일을 모두 마치면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물론, 일이 많으면 하루종일 바쁘게 일을 할 때도 있었고 피곤하면 자기도 했다. 하지만 파견지에서 남는 시간에는 대부분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파견지에도 도서관이 있었는데 여가 시간에 거기서 책을 빌려다가 읽고는 했다. 파견지 도서관에는 원래 있던 부대의 도서관보다 책도 많고 종류도 다양해서 나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매번 2권에서 3권 정도의 책을 빌렸었고, 빌린 책은 최대한 열심히 읽어서 늦어도 2일 안에는 다 읽으려고 노력했다. 일주일에 최소 3번은 방문했는데, 책이 많아서 나는 그곳에 머무는 것이 항상 즐거웠다.

주로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책 위주로 선정해서 독서를 했었고, 새로운 책이 많이 입고되는 편이라 고르는 맛도 있었다.

가끔 너무 두껍거나 내용이 어려워 보이는 책을 고르기도 했었다. 그런 책들은 금방 보는 것이 어려워서 일주일이나 그 이상 책을 읽었다.

확실히 책이 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에 비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지면 손이 비교적 덜 가는 것 같다. 재미는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일단 고른 책은 꾸역꾸역 읽더라도 끝까지 읽고 반납했다.

나는 시간이 되면 원래 있던 부대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반납해야 하고, 그래서 기존보다 더 전투적으로 책을 읽게 됐다.

애초에 읽는데 너무 오래 걸리는 책을 고르지 않으면 편하지만, 파견지에서만 읽을 수 있는 책은 돌아가면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조금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겨울에 파견을 가면 특히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한 번 눈이 오면 적게 오는 법이 없었던 그곳은 항상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파견 지는 산 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부대부터 시작해서 산을 올라가는 초입까지 눈을 치워야 한다. 많아야 5명이서 눈을 치우니까 시간이 많이 필요해서, 눈이 오고 있거나 왔던 날에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종일 삽질을 하다 보면 땀이 나서 감기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가끔 무리하고 나면 감기 기운이 있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책이고 뭐고 없다. 많이 먹고 많이 자면서 회복에 집중했고, 다 나은 뒤에 책을 찾았다.

몸이 안 좋을 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책을 읽기도 했지만, 힘들면 언제나 멈추고 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독서의 우선순위는 항상 건강 아래에 위치해 있다. 


파견에 가면 나에게 책을 읽기 좋은 환경이 제공되기 때문에, 파견을 가기 전에 항상 기대감이 있었다. 파견은 스스로 원해서 가겠다고 할 때도 있었고, 갈 사람이 마땅히 없으면 내가 선정되어 가기도 했었다.

부대 입장에서도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을 새로 보내는 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을 보내는 것이 비교적 마음이 놓인다. 부대에서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경험이 있으면서 무난하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고 생각한다.

전역 전까지 5번이 넘게 파견을 다녀왔던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매번 가고 싶지만 순환식이고, 가끔 나도 휴가가 있기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다.


가끔 있는 파견과 같은 이벤트 속에서 우리는 남는 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독서를 할 수도 있으며 이외에도 많은 선택지가 있다. 

여기서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해도 괜찮다. 하지만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활용하고 싶다면, 재미도 있으면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독서를 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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