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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버스 Oct 17. 2024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병렬독서

이것도 맛보고 저것도 맛보고

책은 꼭 한 번에 한 권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독서를 할 때는 지금 보는 책을 다 보고 다음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한 권씩 읽고 넘어가는 것도 분명한 장점이 있는데, 그것은 하나의 책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장점이 좋다면 한 번에 꼭 한 권씩만 읽는 것도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 권만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답은 없으며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병렬독서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을 뜻한다. 책 A와 B를 한 번에 읽는 것은 아니고, 책 A를 다 읽지 않았는데 B도 함께 읽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 번의 한 권의 책만 읽는 직렬독서와 반대되는 말이다. 병렬독서는 자신이 읽고 싶은 여러 책을 한 번에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오래 독서를 이어나가기 좋으며 창의적인 사고에도 좋다. 반면, 직렬독서는 한 권씩 진득하게 읽어나가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책을 읽는데 조금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뭐가 더 좋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어떻게 읽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병렬독서를 좋아한다. 책이 정말 흡입력이 있고 좋더라도 읽다 보면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구간이 오기 마련인데, 이때 다른 책을 읽으면 독서를 이어나갈 수 있다. 멈출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 책들은 물론 직렬독서를 통해 빠르게 완주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은 많지 않다.

예전에는 무조건 직렬독서만을 고집했는데,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한 권의 책을 고르면 꼭 끝까지 다 보고 다음 책을 봤던 습관이 이어져서 그렇게 읽었다. 근데 병렬독서를 해보고 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직렬독서와 병렬독서를 병행하고 있다.

병렬독서를 하지 않는 책이 딱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소설로 병렬독서를 할 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어 선호하지 않는다. 소설은 거의 항상 직렬독서를 하고 있는데, 소설을 빠르게 읽는 편이라 다 읽고 다른 책을 읽으면 되니 별로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식 습득을 위해 읽는 책들은 직렬독서를 하다가 지루함을 느끼면, 다른 책을 집어 병렬독서로 병행해서 읽고 있다. 특히 전자책은 어디서든 흥미로운 여러 책을 골라 바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병렬독서를 하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한 분야 내에서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서로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 것도 좋다. 완독을 한다면 이렇게 읽어도 저렇게 읽어도 도움이 된다.


병렬독서를 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시작만 엄청 많이 하고 끝까지 읽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인터넷에서 병렬독서를 보다가 종종 이에 해당되는 얘기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우선 책을 끝까지 읽는 연습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병렬독서를 하는 것이 좋겠다. 책을 볼 때 챕터 하나도 보지 못하고 덮는 책이 많아지면, 독서가 제대로 흘러가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면 습관으로 굳어져서 독서에 재미를 못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일단 돈을 내고 구매한 책은 무조건 완독 하는 편이다. 보통 돈이 아까워서라도 읽게 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내가 군대에서 책을 읽을 때는 도서관에서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빌렸기 때문에 병렬독서를 자주 했었다. 항상 3~4권의 책을 빌려오면 일단 한 권을 잡아서 읽기 시작하고, 읽던 책에 손이 안 가면 다른 책을 꺼내서 봤었다. 돌아가면서 책을 읽으면 생각이 환기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빌려온 책은 진짜 더 못 보겠다 싶은 책이 아니라면 완독 후에 반납했다. 보통은 다 보고 반납을 했지만 정치에 대한 색이 담겨 있거나, 번역본인데 번역에 문제가 많아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읽기가 어려워서 완독을 포기하기도 했었다. 군대 도서관에는 오래된 책도 엄청 많아서, 세상이 바뀌어 지금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생각이 든 경우에도 그랬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을 때는 손에 여러 권의 책이 있으니 병렬독서를 했고, 주말에 시간이 많아 도서관에서 읽고 갈 때는 직렬독서를 했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 병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병행하며 독서를 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병렬독서를 하고 있다. 대중교통에서는 전자책 서비스에서 고른 책을 읽고 집에서는 종이책을 읽는다. 대중교통에서 종이책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 것도 있다. 특히 버스는 너무 많이 흔들려서 종이책을 읽기가 힘들고, 자리가 없어서 서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아예 읽을 수가 없다. 무거운 종이책은 휴대성이 떨어져서 들고 다니기가 힘들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200쪽 미만의 얇은 책이 아니라면 휴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직렬독서를 통해 한 권의 책에 깊이 몰입하는 것도 좋지만, 병렬독서를 활용하면 더 많은 책을 동시에 접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떤 방식이든 중요한 건 독서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전달하는 제안이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병렬독서 방식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독서 방식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즐겁고 유익한 독서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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