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이야기들
일반적으로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읽을 때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 소설은 자기 계발보다 재미를 목적으로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드물게 자기 계발을 목적으로 읽는 경우가 있다. 일단, 나는 자기 계발을 목적으로 소설을 읽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이지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내가 봤던 많은 사람들은 소설책을 재미를 위해 읽었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자기 계발을 목적으로 소설을 읽는 것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었다.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책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소설을 읽어야 할까 싶었다. 지금까지 재미를 목적으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나 또한 그랬기 때문에 이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소설이 주는 이점을 알기 전까지 말이다.
나도 오래전에는 SF, 판타지, 무협 장르의 재미가 극대화되어 있는 소설을 즐겨 읽었다. 자기 계발은 모르겠고 우연히 읽게 된 판타지 소설이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됐는데, 여기에 중독되어 하루에도 여러 권의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지금은 많이 없어진 책방에서 책을 빌려 읽었는데, 하도 많이 가서 지금까지도 책방 아주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군대에서는 기욤 뮈소라는 작가의 소설을 몇 권 읽었는데 모두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내가 어릴 적 읽었던 판타지 책들 보다는 나았으나 효과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읽은 소설들이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됐는가 생각을 해보면 상상력, 창의력, 어휘력이 증가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다. 덕분에 지금도 상상력과 창의력은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도움이 된 것은 책을 가까이하고, 글을 가까이하는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판타지 책을 읽기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글을 가까이하지 않아서 지금의 글 쓰는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나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허구의 이야기다. 문학의 한 장르이기도 하며 세부적으로 추리소설, 과학소설, 판타지 소설, 역사소설 등 종류가 굉장히 많다. 이러한 소설들은 재미를 전달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자기계발하고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소설은 생각보다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소설은 읽기 위해 장시간의 집중이 필요하다. 건너뛰어서 읽어도 괜찮은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읽다가 조금만 딴생각을 해도 맥락을 읽기가 어려워진다. 줄거리라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꼼꼼히 읽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장기간 집중하며 집중력이 향상된다.
보통 소설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각화를 위해 끊임없는 상상이 필요하다. 다양한 글을 읽으며 상상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달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상력의 한계를 넘는 경험을 하면서 상상력은 풍부해진다.
소설을 읽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처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여러 관점의 생각들을 엿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며, 더 나아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역사를 잘 묘사해 놓은 소설은 역사를 이해하고 공부하는데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역사와 관련된 소설들은 소설이 주는 재미와 역사를 통한 공부를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설이 역사와 관련이 있어야만 누릴 수 있는 이점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문학을 보면서 만나는 다양한 문장들 속에 담겨 있는 표현과 단어들은 어휘력을 향상하는데 좋다. 일상 속에서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것에 꼭 필요한 것은 어휘력인데, 소설을 보면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므로 어휘력이 보다 풍부해진다.
소설이 자기 계발에는 어떤가에 대해서 정답은 없다. 나처럼 소설에 대한 이점을 누렸고 머리로 알고 있다고 해도 부정적일 수 있으며, 잘 읽지 않음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소설 내에서도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앞서 나는 SF나 판타지 장르의 재미가 극대화된 소설들을 즐겨 읽었다고 얘기한 바가 있다. 그것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계발에 전반적으로 아주 좋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미리 인터넷으로 어휘가 풍부하고 소재가 뛰어난 소설을 쓰는 작가를 찾아보고 이를 골라서 읽었더라면, 자기 계발의 효과를 훨씬 극대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시의 나는 표지를 보고 재미만 있어 보이면 가리지 않고 읽었고 소설의 효과가 훨씬 반감되었다고 생각한다.
자기 계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소설을 고를 때 풍부한 어휘를 가지고 있고, 독특한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작가들의 책을 골라 읽으면 좋을 것이다. 역사 소설을 주로 읽으면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역사 소설만 골라 읽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실과 타협한다면 가끔 읽는 정도로 족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군대에서는 어떨까? 부대 환경이 좋지 못해서 책을 읽기 어렵더라도 소설책은 비교적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군대에서 자기 계발의 일환으로 소설도 좋은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자기 계발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다른 책들과 섞어서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소설책만 읽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볼 때 약간 경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소설책이 자신에게 유익해서 많이 읽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지금 보는 나의 글들은 독서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고, 어떻게 읽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소설은 가볍게 책을 읽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목적으로도 좋지만, 자기 계발 측면에서도 다양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예전의 나처럼 아무거나 집어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계발을 고려해 조금만 신경 써서 책을 고른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기 계발 목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소설도 함께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